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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언급한 '콘도' 북미 대화 물꼬 틀까...北, 올해 키워드는 친선·개방

입력
2025.01.31 17: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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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75주년 맞은 베트남과 '친선의 해'
6월엔 갈마해안관광지구 개장
"北, 탈냉전 이후 가장 좋은 기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된 여러 호텔과 봉사망(서비스 네트워크)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된 여러 호텔과 봉사망(서비스 네트워크)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올해를 수교 75주년을 맞는 베트남과의 '친선의 해'로 지정하고 협력 폭을 넓히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새해 들어 북한이 관광 사업을 재개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대외 개방 움직임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북한의 ‘콘도 개발 역량'(condo capabilities)이 겹쳐지며 '관광 협력'이 북미 간 '스몰딜' 협의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수교 75주년 기념 축전을 발송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과 베트남의 당과 정부가 올해를 ‘친선의 해’로 정한 건 굳건해진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염원에 부합한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전했다. 북한은 이전부터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해외자본유치와 수출 증대로 성장한 베트남식 경제개혁 모델에 관심을 보이며 지난해부터 군사 협력 논의를 비롯한 교류를 늘려왔다.

'러시아와 맞손' 대외 관계 자신감 얻은 北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된 여러 호텔과 봉사망(서비스 네트워크)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된 여러 호텔과 봉사망(서비스 네트워크)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특히 올해 들어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던 관광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장 두 달여 뒤인 4월에는 평양국제마라톤을 6년 만에 개최해 해외 선수단과 관광객을 유치하고, 6월엔 김 위원장이 2014년부터 관광특구로 지정해 리조트와 호텔, 부대시설들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여 온 강원 원산시 갈마관광지구를 개장할 계획이다. 이곳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이 많은 해안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 관광 산업에 재차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 당근책’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도 꼽혔다. 북미 핵 협상의 대화 테이블에 '관광'이 오를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이처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5년간 봉쇄했던 국경 개방 움직임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얻은 대외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극화된 세계질서와 트럼프 취임 등 북한에 주어진 최근 국제정세는 탈냉전 이후 외연을 확장하기 가장 좋은 기회”라고 보면서 “문호를 열며 반미 전선을 만들 수 있는 국가들과는 계속적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외연 확장 노리는 北, 인권·부정부패 과제도

지난해 7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과 임종훈이 우승을 차지한 북한 선수단, 중국 선수단과 셀카를 찍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지난해 7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과 임종훈이 우승을 차지한 북한 선수단, 중국 선수단과 셀카를 찍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당장 내년 평양 개최가 확정된 2026년 아시아탁구연합(ATTU) 청소년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통해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상당수 국가를 불러들이게 된다. 이 같은 이벤트를 통해 북한은 ①외교채널을 다변화해 '정상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면서 ②대내적으로는 체제 우월함을 선전하고 ③당장의 외화벌이는 물론 향후 대북제재 완화까지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장밋빛 구상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문제나 관광사업 등을 둘러싼 당 관료들의 부패가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문호 개방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이 수반되는 등 과제가 많다”며 “최근 김 위원장이 음주접대를 받은 지방 간부들을 공개 질타한 것도 대외 시선을 염두에 둔 선제적 기강 잡기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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