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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되지 않도록

입력
2025.02.03 04:30
25면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구정면 길가에 설치된 산불 조심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구정면 길가에 설치된 산불 조심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미국 LA 산불은 남산 면적 79배인 2만3,000㏊의 산림과 주택 1만6,000여 채를 태웠다. 산불이 대형화한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조한 기상과 강풍, 산림 인접지역에 들어선 건축물과 산림의 연료량 증가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했다.

LA 산불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15일 채택된 '2025 산림·임업전망'에 따르면 우리도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산불 위험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도 세계적으로 재난성 산불이 최대 1.57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산불의 주요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 31%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23% △화목 보일러 재처리 부주의 5% 등 인위적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순간의 작은 실수와 행동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만나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위험에 대비, 산림청은 봄철 입산통제구역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산림과 인접한 지역의 영농 부산물을 소각하지 않도록 파쇄도 지원하고 있다. 화목 보일러로 인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화목 보일러 사용 가구에 대한 점검과 재처리 용기도 보급한다. 이처럼 산림 인접지역에서 발화하여 산불로 번지는 원인들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산불은 예고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산림청은 일반 산불진화차에 비해 담수량이 3~4배 이상 많은 고성능 산불진화차와 산악지형 특성에 맞게 개발된 기동성 높은 다목적 산불진화차, 그리고 중·대형 헬기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고성능 장비 도입으로 산불 현장에서의 진화 시간이 단축될수록 귀중한 우리 산림자원도 그만큼 보호하게 될 것이다. 산림청은 일몰 후 산불 발생에도 대비하고 있다. 야간 산불 발생으로 시계 비행을 하는 산불 진화헬기 투입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체제를 정비하고 있는데, 대표 사례는 ‘신속대응반’이다. 신속대응반은 올해부터 야간 산불에 기동력 있게 대응할 태스크포스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산불예방과 대응에 적용하는 혁신 행정도 강화하고 있다. 사람이 모니터를 일일이 감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산불감시 ICT 플랫폼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이 24시간 산불을 감시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산림위성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산불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피해지에 대한 복구 등 다양한 산림재난방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산불 예방과 대응은 정부와 전문가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께서도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 산불 없는 푸른 숲과 깨끗한 공기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적 참여가 중요하다. 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되지 않도록…


임상섭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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