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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주스 절대 안 마셔"… '트럼프 관세 표적' 캐나다·멕시코·중국도 맞불

입력
2025.02.02 17:05
수정
2025.02.02 17: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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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미국에 25% 관세 부과로 맞불
멕시코도 "보복 관세·비관세 대응 조치"
중국 "WTO 규칙 심각하게 위반"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규제 완화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규제 완화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관세 표적'이 된 3국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았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강대강' 대립 속에 승자 없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치킨 게임'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트뤼도 "미국산 주스 불매, 휴가도 국내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 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 25%를 적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한 셈이다.

트뤼도 총리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 서명 4시간 만에 나왔다. 보복 관세 항목에는 술, 과일, 채소, 의류, 신발 등 일상용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트뤼도 총리는 "핵심 광물, 에너지 조달 및 기타 파트너십 등과 관련된 제한을 포함해 여러 비관세 조치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슈퍼마켓에서 상표를 확인하고 캐나다산 제품을 고르거나, (미국산) 켄터키 버번 대신 캐나다산 라이 위스키를 선택하거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플로리다산 오렌지 주스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국민들에게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올여름 휴가를 미국이 아니라 국내에서 보내는 방안 등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30분 후쯤 엑스(X)를 통해 "이런 걸 원하지 않았지만 캐나다는 준비돼 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곧 통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동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1일 수도 오타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캐나다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자국 대응 조치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타와=AP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1일 수도 오타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캐나다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자국 대응 조치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타와=AP 연합뉴스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보다 약간 먼저 X에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 B'의 실행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다만 '25% 보복 관세' 대상이 될 미국 상품 품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약 범죄 조직과 멕시코 정부가 동맹을 맺고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을 미국으로 유입시킨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멕시코는 대립을 원치 않고, 미국이 불법 마약 거래를 막고 싶다면 협력이 필요하다"며 공중보건·보안팀의 실무그룹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펜타닐은 미국 문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멕시코시티 국립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멕시코시티 국립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대응은 결이 좀 다르다. 제3자인 WTO에 제소해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홈페이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국)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WTO 제소뿐 아니라 '상응한 반격 조치'도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관세 부과'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금지 정책을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집행하는 국가 중 하나로, 펜타닐은 미국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추가 관세는 건설적이지 않고, 필연적으로 양국의 마약 금지 문제 협력에 (나쁜) 영향과 손실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협력 강화, 이견 관리'를 내세우며 추후 협상 여지도 남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포문을 열어젖힌 글로벌 관세 전쟁의 긴장감은 해당 행정명령 시행일인 4일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미 CNN방송은 "새로운 관세 정책은 수년간 북미 3개국 간의 무관세 무역을 뒤집는 것이자, 미중 무역 전쟁의 확대"라며 "관세와 그에 대한 보복 관세는 대상 국가와 미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짚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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