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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스마트폰 사줘야 할까···“유튜브·지나친 선행학습이 자기조절 발달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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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가 자기조절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새 학기를 앞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사준다면 언제가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하교 후 아이와 연락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지만, 유튜브‧게임 등에 많이 노출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큰 탓이다. 같은 반 아이들 중 우리 아이만 스마트폰이 없어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하는 우려도 든다.
23년째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스마트폰보단 전화‧문자만 되는 휴대전화를 먼저 사주는 게 좋고, 시기는 같은 반 아이들 10명 중 6~7번째가 바람직합니다.”
그가 이렇게 답한 건 “아이들의 경우 아직 자신의 욕구나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완전히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처럼 즉각적으로 강렬한 자극을 주는 대상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스마트폰을 사준다면 반드시 그 전에 아이와 이야기를 해 먼저 사용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규칙을 정했다면 규칙을 수정하기로 약속한 때까진 단호하고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2023년)를 보면 3~9세 유아동 중 25.0%는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기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이란 책을 출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기조절은 외부 환경과 내부 자극에 반응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김 교수가 스마트폰과 함께 꼽은 자기조절 발달의 걸림돌은 유튜브다. “영상 속 강력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다른 부문에선 재미를 얻지 못하게 돼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 지겨움을 견디는 능력도 키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과 지겨움을 견디는 능력은 하기 싫은 것을 참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자기조절과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자기조절력을 키우지 못하면 학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으론 지나친 선행학습을 꼽았다. 학업을 위한 선행학습이 오히려 학업능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학원은 ‘겨울방학 때 진도를 어디까지 빼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부모들은 초등학생인 아이가 선행학습을 통해 중학교 수학을 다 마치거나, 고교 수학을 배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며 말을 덧붙였다.
“공부가 어렵고 노력 대비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자신감이 떨어지며 공부를 싫어하게 됩니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자칫 무기력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 15세 청소년의 22%(OECD 평균 18%)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자기조절을 △감정조절 △행동조절 △인지조절 △관계에서의 조절 △즐거움과 동기의 조절로 구분했다. 감정조절은 실패‧좌절을 견디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 행동조절은 말‧행동의 충동을 참거나 욕구 만족을 늦추는 능력을 말한다. 인지조절은 목표를 세운 뒤 문제를 해결하거나 걱정‧강박을 조절하는 힘이다. 하지 말라고 할 때 멈추거나(관계에서의 조절),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즐거움과 동기의 조절)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다른 조절능력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감정조절”이라며 “복식호흡이나 버터플라이 허그 등을 배워두면 분노‧불안과 같은 감정에 압도당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버터플라이 허그는 양팔을 교차한 뒤 손가락 끝을 쇄골에 얹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방법이다. 행동조절을 위해선 ‘거북이 방법’을 추천했다. 거북이 방법은 원하는 것이 곧바로 되지 않거나 화가 난 상황에서 행동을 잠시 멈춘 다음, 본인을 거북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다. ①화났다는 것 알아차리기 ②행동 멈추기 ③등껍질 안에 있다 생각하고 3번 심호흡하기 ④차분히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면 등껍질 밖으로 나오기 순으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아빠 육아’가 아이들의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빠와의 놀이는 규칙이 없고 경쟁적인 게 특징인데, 아이는 이런 과정에서 이기고 지는 상황을 경험해요.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길 수도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 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속상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는 이어 “아이의 첫 번째 스승은 부모”라며 “부모부터 먼저 자신의 감정 등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그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었다. “오래전에 아들이 다니던 유치원 행사에 갔는데, 엄마들이 다 카메라로 공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어요. 그때 ‘아이 영상 찍는 데 집중하지 말고 지금 공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라’던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하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지 하는 고민에 강의를 듣고, 책도 읽지만 정작 아이가 뭘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선 들여다보지 않는 부모들이 많더라고요. 부모에게 짜증내는 아이도 사실은 부모가 도와주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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