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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불량 국가" 맞받아친 北… ①샅바 싸움 ②핵 정당성 쌍끌이 전략

입력
2025.02.03 14:45
수정
2025.02.03 14:5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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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를 상대하는 상황"
MD 체계 강화 비판 공보문도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불량배 국가’라고 지칭하자 북한이 “가장 불량한 국가는 미국”이라며 3일 맞받아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담담한 어조로 전했던 북한이 공식 비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북미 간 핵 협상에 앞서 양측의 첨예한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는 다른 나라들을 걸고들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다. 대변인은 "최근 미 국무장관 루비오라는 자가 어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열거하던 중 우리 국가를 ‘불량배 국가’로 모독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앞서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언론인 메긴 켈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중국 그리고 어느 정도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rogue states)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을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라고 칭하며 “남에 대해 불량하다고 걸고 드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어불성설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북한은 또 대변인 담화와 별개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공보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MD체계 강화에 대해 “미국의 군사적 패권 기도”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추진하고 있는 극초음속요격미사일개발 가속화, 한국 등에 설치한 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사드)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약 보름 만에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선 건 향후 북미 간 회담을 염두에 둔 샅바싸움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9년 ‘하노이 노딜’ 때처럼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지속적으로 타격을 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언행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MD 체계 강화에 대한 비판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꾸준히 쌓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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