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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향한 트럼프 '관세 폭탄'? "걱정 대신 다른 분야 기술 협업 집중해야"

입력
2025.02.04 06:00
수정
2025.02.04 09: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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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중, 전체 수출의 7.5%에 불과
IDC 서버용이 다수...가격 영향 덜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울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울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에 25% 중국에 추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반도체 등 부문별 추가 관세를 예고한 데 대해 국내 반도체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통상 마찰을 일으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은 대표적 수출 품목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적은 데다 가격 인상에 영향을 덜 받는 제품이 주를 이뤄 관세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해 번 돈은 2017년 33억7,000만 달러에서 △2018년 64억3,000만 달러 △2020년 74억5,000만 달러 △2022년 81억1,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다.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반도체 수출입에 무(無)관세를 적용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고 2024년 5월 바이든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제품의 보안 문제가 불거져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 등이 데이터센터(IDC) 서버 구축에 쓰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교체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런 이유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 등 주요국에 보편 관세를 내게 할 때 대미 반도체 수출액이 지금보다 4.7~8.3%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첨단기술 협업 등 미국 투자에 협상카드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그러나 관세 인상에 따른 대미 반도체 수출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24년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로 미국 비중은 7.5%"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대부분은 대만, 중국, 베트남 등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만드는 데 쓰여 미국 반도체 관세의 직접 영향권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상당수가 IDC 등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라 가격 인상에 영향을 덜 받는다.

반도체 경기는 관련 산업의 수요, 공급사 납품으로부터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관세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다. 2023년 글로벌 메모리 한파 당시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직전 81억1,000만 달러에서 절반에 가까운 49억4,000만 달러로 줄었고 다시 빅테크의 AI 투자가 크게 늘면서 2024년 116% 늘었다. 관세 등 부가적 이슈보다 시장을 이끄는 기술력, 공급사 납품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반도체 관세가 적용되면 우리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촉진할 거라는 전망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을 지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3년이 걸리는데 임기 4년의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만 염두에 둔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릴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TSMC가 2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초미세 공정 생산 시설을 미국에 짓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트럼프 정부도 (전임 바이든 정부처럼) '첨단기술 생산 시설은 반드시 미국에 둔다'는 기조를 갖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세 정책은 불확실성이 커 그 파장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며 "반도체 시설을 미국에 짓는 대신 다른 첨단 분야의 기술 협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등 협상의 지렛대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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