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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쳐야"… 트럼프 압박에 유럽 정상들, 일단 '단결 모드'

입력
2025.0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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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비공식 정상회의, '단합하자' 목소리
"美 관세에 집단 대응" "덴마크와 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부 펀드 설립, 심장병 치료 관련 등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부 펀드 설립, 심장병 치료 관련 등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유럽이 똘똘 뭉치고 있다. 영토 매입, 관세 부과 등을 시사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려면 유럽이 단결을 통해 강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원론을 넘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각론에서도 단일대오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U 정상들, 트럼프 '그린란드 욕심' 비판

3일(현지시간) 미국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와 관련, EU 관계자는 "27개국 정상들이 덴마크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고 관련된 국제법 원칙을 상기했다"고 밝혔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사들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였다. '국제법'이란 국경 불가침, 그린란드 자결권 등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그린란드를 소유·지배해야 한다"고 밝힌 뒤, EU 27개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공동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유럽의 방위력 증강'에 초점을 맞춰 '리트리트(retreat)' 형식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의 조율된 발언은 이례적이다. 리트리트는 구성원들이 유대감을 형성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려는 취지에서 '공동성명 채택'이나 '결론 도출' 없이 자유롭게 토론과 대화를 하는 회의다.

그런데도 27개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EU 차원의 '확실한 반대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매입 불가'를 거듭 밝혔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팽창' 야욕을 거두지 않는 데 대한 위기의식의 방증이다.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정상들이 2일 벨기에 브뤼셀 에그몬트궁에서 '국방'을 주제로 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유럽이사회 제공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정상들이 2일 벨기에 브뤼셀 에그몬트궁에서 '국방'을 주제로 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유럽이사회 제공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도 "강력하게, 집단적 대응"

이날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대해 '조만간 보편 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황에서 열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EU산 상품에 10%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회의에선 '단결을 통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는 EU를 더 단합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의 고관세에 우리는 집단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불공정하고 독단적인 관세에 EU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실수'라고 못 박는 의견도 나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이 무역 전쟁을 시작하면 옆에서 웃는 건 중국"이라고 비판했다.

'방위력 강화'에는 상이한 의견

현재로선 '단결'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계속 유지될 것으로 장담하긴 힘들다.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불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한 유럽의 자체 방위력 증강 방안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심상치 않다. 가령 프랑스는 '유럽 방산 역량을 키우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폴리티코는 "미국에서 더 많은 무기를 구매해 트럼프를 나토 체제에 붙잡아 두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향후 유럽이 겪게 될 난맥상의 전조라는 평가도 있다. 원래는 '국방'이 주제였는데도, 사실상 '트럼프 대책 회의'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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