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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핵금지조약 회의 참석 철회… "트럼프에 잘못된 신호" 핑계

입력
2025.02.05 16:51
수정
2025.02.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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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NW 옵서버 거절, 의원 파견도 철회
원폭 투하 80년 무색하게 만든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맨 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니혼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맨 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니혼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회 서명국 회의에 의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철회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와 관련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자폭탄 투하 80년을 맞은 상징적인 해인데도 일본 정부가 핵무기 확산 차단을 위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TPNW 회의에) 자민당 의원을 파견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핵무기를 없애는 노력을 해 왔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동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TPNW 회의에 자민당 의원 파견을 고민해 왔다. 올해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 투하 80년을 맞았고 피폭자 지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만큼 그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니혼히단쿄도 지난달 이시바 총리에게 TPNW 회의 옵서버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물론이고 자민당 의원 파견마저 없던 일이 되면서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 정부는 원폭 투하 80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게 됐다.

기시다 후미오(앞줄 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자폭탄 투하 79년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히로시마=지지·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앞줄 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자폭탄 투하 79년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히로시마=지지·AFP 연합뉴스

자민당은 미일 관계를 핑곗거리로 삼았다.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본이 TPNW 회의에 의원을 파견할 경우 출범 한 달도 안된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미일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등을 거론하며 모리야마 간사장에게 파견 철회를 요청했다. 아사히는 "자민당 내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오해할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이 퍼졌다"고 전했다.

다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자당 의원을 TPNW 회의에 파견하기로 했다. 니시다 마코토 공명당 간사장은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을 가진 나라와 핵이 없는 나라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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