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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시험대 오른 이재명, 당내 다양한 의견 경청을

입력
2025.02.07 00:10
27면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실용주의를 앞세워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주재하며 민주당과 노동계가 반대해 온 연구개발(R&D) 노동자의 주52시간제 예외 조항 수용의 뜻을 내비쳤다. 현행 5억 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를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 금액을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각각 늘려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며 흑묘백묘론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도 빠르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당 대선 준비 조직인 집권플랜본부는 어제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어 성장 담론을 강조했다.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로 끌어올리고 인공지능(AI)·문화·안보 등을 동력 삼아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중도 공략을 위해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우클릭 행보의 일환이다. 실용주의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중도·보수층의 '반이재명 정서'를 희석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의 노선 전환은 집권 전략 차원에서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당내 의견 수렴과 설득을 생략한 급변침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을 표방하며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해 온 민주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흐릴 수도 있다.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이 아니다"(김동연 경기지사), "단순한 우클릭은 오답"(이인영 의원) 등의 당내 우려가 분출하는 배경이다. 이에 이 대표는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의 경우 분리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입장 변화에 따라 당의 정책적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선 표심만을 위해 급조된 정책 전환이라는 방증일 뿐 아니라 '이재명 일극체제'를 자인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신뢰를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속 의원과 지지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을 거쳐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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