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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청부 민원', 권익위 뭐하고 또 방심위에 맡기나

입력
2025.03.12 00:10
27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방심위에 요구했다. 친인척의 민원 접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류 위원장의 주장을 뒤엎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방심위에 다시 ‘셀프 조사’를 하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친인척과 지인을 동원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와 관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집중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후 류 위원장은 모든 심의에 참여해 MBC 등 방송사 4곳을 중징계했다.

방심위 직원들은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권익위에 신고했지만, 정작 권익위는 사건을 방심위에 넘겼다. 심지어 정보 유출을 이유로 신고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까지 했다. 방심위 감사실은 조사 착수 6개월 만인 지난 1월 “가족 등의 민원을 사전에 알았다는 걸 확인하기 어렵다”며 ‘판단 불가’ 결론을 권익위에 전달했다. 권익위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종결 처리했다. 권익위와 방심위가 합작해 사실상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권익위가 10일 재조사 요구를 결정한 것은 최근 나온 방심위 간부의 양심고백에 따른 조치다. 장경식 당시 종편보도채널팀장은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 류 위원장 가족 추정 인물들의 민원 제기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 사실이 없었다’던 그간 증언을 번복하면서 “전혀 몰랐다”던 류 위원장 주장이 거짓임을 폭로한 것이다.

그럼에도 권익위가 류 위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방심위에 재조사를 주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조사 결과는 이의신청마저 불가능하다. 만약 방심위가 이번에도 같은 결론을 내놓는다면 권익위는 그대로 수용해 종결시키겠다는 건가. 봐주기 의도가 아니라면 반부패 총괄기관인 권익위가 직접 재조사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경찰 또한 제보자 수사에만 매달리는 건 본말전도다. 류 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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