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이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을 놓고 두 쪽으로 갈린 지 3개월째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며 갈등 수위는 극단으로 치솟았다. 오죽하면 경찰이 폭동 대비책까지 세우겠나. 경찰은 선고 당일 헌재 주변 100m 구역을 차벽으로 둘러싸 시위대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방화에 대비해 인근 주유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불법적, 폭력적 집회·시위와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어떤 관용도 없이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런 걱정까지 할 지경이 됐나.
분열을 조장한 정치권 책임이 가장 크다. 여야는 사회통합과 신뢰회복을 꾀하기보다 조기 대선 유불리를 따지며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렸다. 각종 음모론에 기름을 부어 지지층을 자극한 윤 대통령의 잘못은 두말할 것도 없다. 탄핵 선고라는 중대 분수령을 앞두고 여야가 자중하긴커녕 갈등을 더 부추기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광화문과 헌재 인근에선 헌재를 압박하는 탄핵 찬반 세력의 대규모 집회가 종일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광장에 본격 합류하고 있다.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장외 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단식 농성에도 들어갔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맞불을 놓지 않고 일단 국회에 남아 질서 있는 대처를 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헌재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 강경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뜻을 헤아려 선을 넘지 말기 바란다.
윤 대통령 석방이란 돌발 변수 때문에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됐던 헌재 탄핵심판 선고일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갈등과 분열의 시간이 연장되는 셈이다. 과열된 여론을 가라앉히고 선고 이후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면 윤 대통령과 여야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부터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특히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처신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헌재 결정이 폭력으로 얼룩진다면 공멸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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