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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꼬리표를 붙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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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죄책은 먼저 탄핵 심판대에 올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것보다 훨씬 엄중하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은 부패 범죄를 저지른 것에 불과하지만, 윤 대통령은 무장한 군경을 동원한 12·3 불법 계엄 선포로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중남미 후진국처럼 만들 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요즘 여론조사 결과는 당혹스럽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됐을 때는 여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소추 두 달쯤 뒤인 2017년 2월 초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속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은 11%로 더불어민주당의 41%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두 달쯤 뒤인 지난달 24일 발표된 같은 기관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8%대 40%로 팽팽했다. 탄핵 반대 여론도 꾸준히 늘어 최근에는 탄핵 찬반이 6대 4 정도 된다.
8년 전과는 다른 보수의 결집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과표집됐다거나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기 구명 활동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있다. 미국과 유럽처럼 극우의 세력화가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분석들은 야당이란 변수를 간과한 한계가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보면 '박근혜보다 윤석열이 더 불쌍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패악질'에 맞서다 비록 계엄이란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자기 주변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심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 탓에 계엄을 했다는 인과관계에 동의하긴 어렵다. 야당이 아무리 거칠게 나와도 계엄으로 맞받는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여소야대를 초래한 건 윤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야당과 무관했던 국정농단 사건과 달리, 불법 계엄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도 배경이 됐다는 선후 관계마저 부인하긴 어렵다.
8년 전에는 부끄러워했던 보수가 이번엔 화가 잔뜩 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극우 유튜버 등의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윤 대통령을 극한까지 압박했던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탄핵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은 못 보겠다는 정서가 넘실댄다.
이를 극우의 준동이라고 규정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러면 민주당에 필요한 자기 성찰의 공간은 사라진다. 불법 계엄이란 거대한 잘못 앞에서조차 두 쪽 난 민심에, 민주당은 여론조사 왜곡을 의심하고 2030남성들을 향해 너희는 왜 응원봉을 들지 않느냐고 타박한다. 이 대표는 정작 자기 재판은 질질 끄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다 자기 성찰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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