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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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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저녁 풍년을 기원하는 쥐불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달이 차오른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노래다. 오늘,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가 많겠다. 무슨 소리? 달 하면 이 노래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달타령을 간드러지게 부르는 이도 있겠다.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하고 따라 부르는 소리도 들린다. 팝송을 좋아하는 이들은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부를 게다. 후렴구가 "인 어더 워즈"(다시 말하자면)로 시작하는 그 노래다. 첫 소절은 제목과 같다.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꽉 찬 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밤을 유난히 사랑하는 우리 민족에게 둥근달의 의미는 특별하다. 추석과 백중에도 보름달이 뜨지만, 한 해의 첫 둥근달인 대보름달은 농사의 시작, 봄의 큰 걸음을 알린다. 시골 곳곳에선 마을의 평안을 비는 고사를 지냈다. 휘영청 달이 뜰 땐 볏짚 등을 쌓아 만든 달집을 태울 것이다. 그 순간 모질고 사나운 액은 도망가고 복이 몰려올 게다.
어릴 적 대보름은 설, 한가위 못지않은 큰 명절이었다. 엄마는 동틀 무렵 일어나 아침 밥상을 푸지게 차렸다. 기름기 흐르는 오곡밥을 짓고, 아홉 가지나 되는 나물을 볶거나 무쳤다. 오곡밥은 찹쌀에 기장, 찰수수, 검정콩, 붉은팥을 섞어 지은 밥이다. 풍년을 기원해 ‘농사밥’, 대보름에 먹어 ‘보름밥’이라고도 한다. 농사밥과 보름밥은 표준말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
아버지는 큰아들부터 막내딸까지 다섯 남매에게 막걸리를 조금씩 따라주셨다. 귀밝이술이다.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말라고 마시는 술이다. “올 한 해 좋은 이야기만 듣거라” 하시던 아버지의 부드러운 표정이 선하다. 귀밝이술로 술을 배운 덕에 지금껏 술을 즐기고 있다.
대보름날 새벽에 깨물어 먹는 호두 잣 밤 땅콩 등은 부럼이라고 한다. “딱” 소리가 나도록 깨물어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 어릴 땐 딱딱한 밤, 잣을 깨물어 보늬를 깐 후 먹었는데, 요즘엔 만만한 땅콩을 고른다. 부럼은 순우리말로 곪은 것, 즉 부스럼을 말한다. 종기를 이르던 옛말 브스름이 브스럼, 브럼, 부럼으로 변했다.
오래전 청춘들은 대보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조선시대엔 저녁 8시께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막았다. ‘야금(夜禁)’이다. 그런데 달맞이하는 정월대보름엔 야금을 풀었다. 청춘 남녀의 달빛 만남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꽃가지도 휘게 한다는 달빛이 아니던가. 낮보다 더 화려했을 조선의 밤으로 가보고 싶다. 그나저나 내 더위는 누구한테 팔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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