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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서 범용인공지능 실현"... 트럼프 스타게이트 승인 이끈 올트먼의 말

입력
2025.02.10 15:21
수정
2025.02.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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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올트먼, 테크 인맥 활용해 접근
트럼프 사업가 기질 자극... 환심 얻어
머스크 밀어내고 미 AI 정책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 프로젝트 참여 기업 수장들인 래리 엘리슨(왼쪽부터) 오러클 공동 창업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서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 프로젝트 참여 기업 수장들인 래리 엘리슨(왼쪽부터) 오러클 공동 창업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서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을 때, 실리콘밸리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대선 결과의 최대 피해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올트먼이 법정 다툼을 벌일 정도의 '앙숙' 관계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식 이튿날인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그의 뒤에 선 인물은 머스크가 아니라 올트먼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최대 5,000억 달러(약 728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머스크는 해당 발표 몇 시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그들은 사실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썼다.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취지였다. 자연스레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 "트럼프 당선을 도왔던 머스크가 미국의 AI 정책 주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였으나, 올트먼이 그를 따돌리고 오픈AI를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중심에 위치시켰다"고 보도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올트먼이 미국 AI 정책 주도권을 쥔 것은 트럼프의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 주는 한편, 올트먼의 뛰어난 협상력도 입증한 사례라는 게 신문의 평가다.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왼쪽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왼쪽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미 작년 11월 대선 전부터 비밀리에 트럼프 측근들과 접촉하며 관계를 형성했다. 트럼프·올트먼 간 '다리' 역할을 했던 인물로는 공화당 소속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州) 주지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또 다른 주축인 래리 엘리슨 오러클 공동창업자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꼽힌다. 올트먼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재임 시절 지나 러몬도 당시 상무장관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바이든 재선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트럼프 측과도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올트먼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일방적으로 밝히는 대신,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이렇게 해 줘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화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거래'에 익숙한 트럼프의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일례로 NYT는 "올트먼은 '트럼프 2기 중 AI가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올트먼의 이 말은 트럼프를 자극했고, 곧이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승인으로 이어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와 올트먼 모두에게 트럼프가 신뢰를 나타냄에 따라, 테크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AI 정책 패권을 두고 계속 맞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현재 오픈AI 설립 취지와 기업 구조 조정 등을 놓고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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