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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올라 스캔들과 전파의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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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페이올라 스캔들을 보도한 'Life'지 기사. 위키피디아
영어 ‘올라(~ola)’는 흔히 제품 이름에 붙어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접미어지만, 때로는 뒷돈 혹은 뇌물 수수 관행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미리 입력해둔 악보대로 연주하는 자동피아노를 가리키는 ‘피아놀라(pianola)’, 곡물과 견과류 등을 섞어 만든 대용식 ‘그래놀라(granola)’ 등이 전자의 예라면, 1950, 60년대 미국 경찰이 게이바를 봐주며 받던 뇌물 관행을 일컫는 ‘게이롤라(gayrola)’, 현금의 비속어 ‘캐시올라(cashola)’는 후자의 예다.
‘페이올라(payola)’란 말도 있다. 1930년대 미국 연예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가 처음 썼다는 ‘페이올라’는 방송사나 디스크자키(DJ)가 음반업체와 광고대행사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특정 가수의 노래를 반복 송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빌보드사가 1936년 음악 인기 순위를 조사해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페이올라는 더욱 기승을 부려 1959~60년 미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방송사 저명 DJ들이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는 증언과 자백이 이어졌고, 일부는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게 재생할 음반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 DJ는 페이올라를 당시 일반적 관행이던 학부모 촌지에 비유했다. “학교 선생님에게 옆자리 친구보다 더 좋은 선물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의의 경쟁. 그게 미국식 삶의 방식 아닌가”
페이올라가 전국적 스캔들로 부각되면서, 1960년 2월 11일 핵실험 금지 제네바 회담을 계기로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저 문제가 거론됐다. 한 기자가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파의 공공성을 환기하며 “전파를 정부가 허가한 목적 외에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건 공적 윤리를 저버리는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의 지속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60여 년이 지난 지금 저 관행이 사라졌다거나, 전파의 공공성이 강화됐다고 장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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