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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보다 이재용 회장의 '기술 리더십' 선언이 더 급하다"

입력
2025.02.14 1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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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이슈메이커]
반도체산업 주52시간제 예외 논란에
삼성전자 출신 산업인류학자 박준영
"퍼스트 무버에 어울리지 않는 발상
기술직 우대와 동기부여가 더 절실"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지난 10일 서울 마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인류학자 박준영 박사가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10일 서울 마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인류학자 박준영 박사가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금 삼성전자의 과장급 정도 이상이면 2018년 퇴임한 권오현 부회장 시절의 '워크 스마트(work smart)'에 대한 기억들이 다 있을 겁니다. 금요일 오후에 가면 사무실에 사람이 한 명도 없던 때도 있었어요. 바로 그때가 삼성이 '초격차' 운운하면서 가장 잘 나갔던 시기 아닙니까. 그런데 반도체가 어려워졌다니까 '주52시간제 적용 제외'라니요. 다시 워크 하드(work hard) 시대로 되돌아간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러고보면 권 전 부회장(퇴임 때는 회장)은 2018년 '초격차'라는 책을 내놨다. 그가 2008년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맡으면서 시동을 걸었던, 2등이 따라올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격차를 벌려두는 1등 기업이 되자는 의미로 썼던, 그래서 마침내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삼성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하게 한 '초격차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이었다.


'스마트 워크'가 '초격차' 시대 열었다

여러 설명 중 눈길을 끌었던 대목 가운데 하나는 '스마트 워크'였다. 이런 것들이다. 월요일 회의를 없앴더니 주말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일이 없어졌다. 보고는 긴 보고서 대신 차 한 잔 하는 간단한 대화로 바꿨다. 스스로 오후 6시 '칼퇴근'을 지켰고 이후엔 이메일, 전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이런 원칙들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을 만든다' 등으로 정리했다. 지금도 권 전 부회장은 업무 '실적'을 넘어 업무 '효율'까지 챙긴 CEO로 꼽힌다.

2010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기공식에서 이건희(왼쪽 두 번째) 회장과 권오현(왼쪽 첫 번째) 사장이 기념 시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기공식에서 이건희(왼쪽 두 번째) 회장과 권오현(왼쪽 첫 번째) 사장이 기념 시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을 서울 서교동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소장은 화학공학 전공으로 삼성 연구소에 입사한 뒤 스태프 부서인 인사과로 옮겨 인사과장을 끝으로 삼성을 떠났고 이후 인류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러고선 산업인류학의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조명한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란 책을 2023년 내놨다.

'아오지'라 불릴 정도로 열악했던 삼성반도체통신 시절부터 30년간 반도체 업계에 몸담아온, 72시간 연속 근무는 물론 1년에 고작 3, 4일 정도만 쉬면서 일해온 전문대 출신 후공정 담당 천기주(가명) 부장이 주인공이다. 천 부장 스토리를 간략하게나마 적어두는 건, 박 소장이 하고 싶어 하는 말과 통해서다.

-책은 좀 팔렸는지. 주식투자자가 늘고 세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칩 워' 같은 반도체 관련 책들이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팔리는 책은 경영전략이나 투자 측면에서 반도체 업계를 조망한 것들이다. 저는 그보다는 훨씬 더 평범한, 어느 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삼성을 다뤘으니까."

-삼성에서 나와 이런 연구를 하는 걸 보니 피가 좀 덜 파랬던 모양이다. (신입사원 연수 때 '삼성'이 주입되는 과정을 두고 '붉은 피가 파래진다'고들 표현한다.)

"그런 셈이다. 개인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또 화학공학 전공자다 보니 반도체 기술 중에서도 설계보다는 공정 기술을 얘기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삼성스러움에서 좀 벗어나 있다."


몰아서 일하긴 쉬워도 몰아서 쉬긴 어렵다

-반도체 업계에서 주52시간제 예외 문제가 제기됐다. 좀 더 집중적으로 일하자는 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클릭' 일환으로 이걸 거론했다.

"그건 문제 해결법이 아니다. 주52시간제 내에서 이미 충분히 장시간 노동하고 있다. 퍼스트 무버인데도 '노동자들이 다시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법 자체가 낡았다."

지난 3일 국회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발이 일어나니 이 대표는 주4일제를 거론하고, 주52시간제도 '총량은 두고 편차를 늘리자'는 식으로 말을 슬쩍 바꿨다.

"현실성 없는 얘기다. 3~5월 집중 근무하고 6, 7월 쉬고 7월 말에 인사평가한다 그러면 6, 7월에 제대로 쉴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그리고 예외 대상자는 연봉이 높은 상위직일 건데 그 사람이 일하면 그 밑의 직원들은 편히 쉴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게 가능할까. 그리고 편차만 늘리는 거라면 지금도 노사가 합의하면 된다. 근로시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왜 굳이 주52시간제 예외를 만드나."

-연구개발하는 고액 연봉자에 한정된다는 주장이다.

"생산직이 아닌 연구개발직, 행정직 등에 적용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을 말하는 건데 이걸 우리에게 적용하자면 좀 모호한 구석이 많다."


반도체 개발 현장을 알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모호함이 있나.

"일단 범위다. 개략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임직원 7만5,000명 가운데 소위 말하는 엔지니어 직군 그러니까 연구소, 사업부 개발실, 제조기술센터 등에 소속돼서 설계, 공정, 설비, 소프트웨어 업무 등을 맡은 이들을 다 합하면 5만 명 수준이다. 이들 모두가 연구개발직인가 아닌가. 어느 선까지가 연구개발직인가. 기간 문제도 있다. 가령 신제품 개발한다 그러면 연구소 설계 인력 5,000여 명이 팀을 만들어 달라붙는다. 그 결과가 나오면 제조기술센터 쪽에서 이관을 받아 또 수천 명의 팀을 구성해 작업한다. 보통 이 작업은 1년 단위로 가는데, 이 사람들을 1년 바짝 일하고 다음 해 1년은 쉬게 해주겠다는 건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대상자가 어느 정도가 될까.

"최근 미국 자료를 보니 그 기준이 연봉 10만7,000달러 수준,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억5,000만 원 정도 된다. 미국은 야근수당 같은 게 없으니 우리로 치자면 기본급이 그 정도 돼야 한다는 거다. 기본급 1억5,000만 원 이상이 되려면 어렸을 때부터 좋은 고과를 쭉 쌓아온 부장이나, 좀 연차가 쌓인 부장 정도 된다. 그렇다면 많이 잡아도 5만 명의 2%인 1,000명 수준이다. 물론 규모가 작긴 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제 수당은 안 주지만 야근은 하라 그러면 좋아할까. 생산성이 마구 올라갈까. 부장님 야근하시는데 부원들은 칼퇴근하거나 쉬는 게 가능할까."

-조직문화 자체가 다르긴 하다.

"우리나라는 좋게 말하자면 '관계 노동', 나쁘게 말하자면 '가짜 노동'이 많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일만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커피, 식사, 술도 하고 의전도 열심히 해야 하다. '그래 오늘 내 할 일은 이거고 이걸 지금 다 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라면서 남들이 뭘하건 말건 딱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하는 서양식의 성과주의 문화가 없다. 그런데 바짝 일한 뒤에 바짝 쉬면 된다? 그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은 절대 없다? 그걸 어느 누가 보장해줄 수 있겠나."


반도체 기술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권한 위임이 불가피해졌다

-권 전 부회장의 워크 스마트는 어떤 방식이었나.

"그때 오후 6시 되면 임원들 다 퇴근시켰다. 임원이 퇴근하면 부장부터 해서 그 이후 줄줄이 다 퇴근했다. '텐텐텐' 원칙도 있었다. 회의 때 10명 이하 참석, 의제 안건은 10건 이하, 발표시간도 10분 이내였다. 며칠을 매달려서 긴 보고서 만들고 부하직원 줄줄 달고 와서 그 보고서를 줄줄 읽어대는 일을 없앤 거다. 그런데도 일이 잘 됐다. 메모리 1등 하고 파운드리도 아주 많이 따라잡았다. 권 부회장이 용퇴한 이후 설계에 욕심 내고, 후공정을 소홀히 하고, 주간보고 부활시키고, 개발을 두세 개 동시에 진행하라는 병행개발 지시 같은 걸 내리면서 그 흐름이 끊겼다."

-일종의 관료주의 문제인데, 지금 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술이 너무 깊어진 거다. 지금 반도체는 나노 단위에서 싸우고 있다. 기술이 이렇게 깊어지다보니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런데 통제권을 쥐려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외국 기업들은 임원에게 총액만 던져준다. 총액 안에서 장비, 기술, 인원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는 거다. 그런데 우린 엔지니어들이 이 장비는 무엇인지, 이 기술은 왜 필요한지, 사람 더 주면 뭘 어떻게 일을 시킬 것인지 일일이 다 설명해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2023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 승인이 더 어려운 건가.

"인사 재무 쪽의 핵심 질문은 딱 하나다. 그래서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어떻게 되나. 지금 당장 큰 성과가 없어도 부수적으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든지, 이 작업은 1년이 아니라 3년 단위로 진행해본다든지 여러 대안이 있지만 그걸 안 본다. 사실 ROI 측면에서 가장 단기적으로 경영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사람 갈아넣기'다. 기술 난이도가 낮고 추격자 입장일 때야 별 문제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올라가고, 때에 따라선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아도 일을 벌여야 할 선도자 입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뒤처진 게 그런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금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가 엄청나게 진전됐다. 이제 더 이상의 미세공정 개발은 어렵다, 반도체 개발이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까지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게 HBM이다. 한 장의 웨이퍼에다 더 많은 칩을 심어 넣을 수 없다면 차라리 칩을 쌓아올려 패키징하자는 거다. 이걸 놓쳤다. HBM 문제는 시장전망 실패, ROI 따지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의 위계' 문제도 있다."


숙련된 기술인력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기술의 위계는 어떤 건가.

"반도체 기술에서 설계나 공정 쪽 기술은 우대받는다. 자리도 많고 임원도 많고. 그래서 그 쪽을 '반도체의 꽃'이라 부르며 선망한다. 대신 설비나 후공정 쪽은 무시당한다. 기술의 위계는 여기서 생겨난다. HBM은 칩을 쌓는 거니까 후공정 쪽이다. 지금 수율이 안 나온다고들 하는데 그 또한 설비 쪽에서 '트라이 앤 에러'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런 건 숙련된 인원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삼성은 한동안 '우리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연구개발회사다'라면서 이런 부문을 외주로 돌리거나 자동화하겠다고 했다. 반면 대만의 TSMC는 원래 하청제조업체 같은 역할을 해왔으니 '당신들이 어떤 제품을 주문해도 우린 다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후공정과 설비 쪽을 탄탄하게 유지해왔다. 그게 빛을 발한 거다. 물론 연구개발, 설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도체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이 웨이퍼에 물질 반응을 시켜서 양품을 얻는 산업이다. 그걸 간과하면 안 된다."

대만에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의미에서다. 그만큼 대만 내에서 TSMC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에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의미에서다. 그만큼 대만 내에서 TSMC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밀해질수록 숙련인력이 중요하다?

"비유하자면 조선산업은 몇 ㎝까지 편차가 허용된다. 자동차산업은 몇 ㎜ 단위까지 편차가 허용된다. 아니 할 말로 뭐가 좀 안 맞으면 망치로 두들겨서 끼워 맞추면 된다. 반도체는 지금 나노 단위까지 내려와 있다. 허용되는 편차가 몹시 적다는 얘기다. 조금만 흔들려도 수율이 확 떨어진다. 정밀기계가 있다지만 결국은 이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인력이 핵심이다. 이들을 앞에 두고 우린 연구개발 회사다, 자동화하겠다, 그런 얘기를 한 거다. 삼성 전현직 직원들을 만나보면 여기에서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술인력에 대한 존중'이란 기본을 얘기하는 것 같다.

"그렇다. 주52시간이 아니라 동기 부여가 문제다. 수율 문제만 해도 예전에 자기가 하던 업무를 외주를 줘버리니 이전에 자기가 수율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외주업체에 전화해서 '고장났어요 고쳐주세요' 하는 사람이 됐다. 어떻게 보면 삼성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은 이분들이 가장 강한데, 그들의 열정에 모욕을 준 셈이다. 제품이 어려워질수록 수율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기술리더십 선언해야

-지난해 10월 전영현 부회장이 실적 부진을 두고 사과했다.

"문제점과 방향성을 명확히 짚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해법이 주52시간제 예외 허용이라는 게 구시대적이다. 그래서 이재용 회장이 나서서 기술 리더십 회복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모든 조직의 보고는 대표자의 말을 따와서 이뤄진다. '회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라 하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겨난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반도체 업계에 오래 몸담은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하는 얘기다."

삼성전자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메모리사업부장·SAIT원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DA사업부장·품질혁신위원장,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Foundry사업부장 사장,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원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메모리사업부장·SAIT원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DA사업부장·품질혁신위원장,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Foundry사업부장 사장,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원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연합뉴스

-그러고보면 워크 스마트는 한때의 신기루 같다.

"권 전 부회장이 그럴 수 있었던 건 일단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고 이건희 회장의 역할도 컸다. 자기계발 하라, 워라밸 하라 하면서 그 옛날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같은 걸 했다. 물론 유야무야됐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제 한국도 '무조건 열심히'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할 때가 됐다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재용 회장의 기술리더십 선언이 필요한 건가. 마침 사법 리스크라 불리던 것이 사라졌다.

"계열사 CEO조차도 관련 기술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시대다. 결국 기술임원에게 일정 정도의 권한 위임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회장, 스태프 조직, 계열사 CEO 삼각편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말한다. 전영현 부회장이 아니라 이재용 회장이 선언해야 한다,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같은 선언이 이재용 회장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삼성전자는 인력, 경험 등에서 여전히 저력있는 회사다. 방향성만 옳게 주어지면 잘 해낼 수 있다."

-반도체산업지원법이 논의 중인데 제안하고 싶은 말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좋은데 반도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계, 화학 중견 업체들을 위한 지원방안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또 중국이 반도체 인력을 빼간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분들도 가봐야 2, 3년 안에 잘린다는 걸 알고도 간다. 국내엔 갈 곳이 없으니까. 이들 인력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에 신경을 좀 더 써줬으면 한다."



조태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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