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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학교 안 CCTV만 있었더라면… "복도에라도 설치 의무화하자"

입력
2025.02.12 17:30
수정
2025.02.12 17: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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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복도·시청각실에 CCTV 없어
학부모들 "CCTV 의무화하거나 늘려야"
"복도 등에 설치하는 건 교사 거부감 적어"
교실 설치 두고는 학부모-교사 온도차 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40대 교사가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안에서 1학년생을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안긴 가운데 "학교 내 폐쇄회로(CC)TV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CTV를 학교 곳곳에 설치하면 범죄 예방효과가 있고 범인 검거 때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교실 안에 카메라를 다는 건 교사의 반발이 큰 만큼 최소한 복도 등에는 의무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경찰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 A초교 내 사건 현장에는 CCTV가 없다. 운동장 등에는 있지만, 복도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피해자인 고 김하늘(8) 양은 지난 10일 오후 건물 2층 돌봄 교실에 있다가 학원 차량을 타러 나왔는데 복도에서 만난 가해자 A 교사가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같은 층 시청각실로 데려갔다. A 교사는 그곳에서 김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 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다. 대전=연합뉴스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 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다. 대전=연합뉴스

건물 2층 복도나 시청각실에 CCTV가 없다 보니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학교 측과 경찰은 김 양을 추적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엉뚱한 인근 아파트 단지 등을 수색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CCTV가 있었다면 이동 경로를 빨리 확인해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때늦은 탄식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이번 참극을 계기로 학교 안 구석구석에 CCTV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11일 '초교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대전 지역 맘카페에도 "이번 사건으로 어린아이를 학교에 믿고 보낼 수 없게 됐다"며 CCTV 사각지대를 없애달라는 글이 여러 개 게시됐다.

초등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국회 청원 글. 국회 청원 사이트 캡처

초등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국회 청원 글. 국회 청원 사이트 캡처


서울 초교는 한 곳당 25개…의무 아니라 '사각지대' 여전

학교 내 CCTV 설치는 현행법상 의무가 아니다. 학교장이 교사, 부모 등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위치에 설치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 시내 초교 605곳에는 정문과 복도, 계단, 체육관 등에 CCTV 1만5,413대가 달려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학교 한 곳당 25개나 있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CCTV를 추가 설치하거나 고성능 카메라로 바꾸고 싶다며 지원을 요청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있다. 교사나 학생들이 특정 장소에 CCTV 설치를 반대하거나 비용이 부담돼 늘리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CCTV는 구석진 곳 등에 다는데 사건 발생 장소인 2층 복도에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터라 설치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교 교사인 B씨는 "복도 등 열린 공간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 교사들의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실에 설치하는 건 학부모와 교사 간 온도차가 크다. 학부모 중에는 '교실 안에서도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학생끼리 학교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가 많다. 하지만 교사는 교수권과 학생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며 교실에는 CCTV를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도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를 검토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과 교사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 권고를 내 무산됐다. B 교사는 "음성 녹음 없이 교실 안을 영상만 찍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컨대 교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을 뿐인데 보기에 따라 때리는 것처럼 보여 분란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사무총장은 "CCTV가 학교 내 문제 해결의 만능키는 아니다"라며 "대전 사건은 늘봄학교 운영과 정신질환 교사의 관리 등 여러 문제가 얽혀 발생했기에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근본적 대책을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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