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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환상 선물... 겨울 산행지로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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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5안전쉼터 주변 설경. 바래봉은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 중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라 등산 초보라도 눈꽃 산행에 도전해 볼 만하다. ⓒ박준규
겨울 여행의 백미는 눈꽃이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쌓인 눈이 녹기 전 빠르게 고산지대에 올라야 한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한 지리산국립공원은 '겨울왕국'이라 부를 만큼 겨울 내내 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리산국립공원은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봄철 산불조심기간에 일부 등산로가 통제된다. 그러나 상시 개방하는 고지대 눈꽃 산행 코스가 여럿 있다. 중산리~천왕봉, 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의 경우 거리가 길고 경사가 심해 힘든 코스로 꼽힌다. 성삼재~노고단 코스는 왕복 6.2km로 가장 짧고 쉽지만 상습결빙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단계별로 노고단 도로를 통제한다. 노선버스는 다니지 않는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3단계 시암재휴게소나 4단계 성삼재까지 통행금지가 해제돼야 진입할 수 있다. 구례에서 택시로 왕복하면 10만 원 정도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남원 운봉읍 용산주차장~바래봉 구간은 다르다.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철쭉으로 유명한 코스인데, 최근에는 눈꽃 산행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왕복 9.6km로 제법 길지만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바래봉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운봉고원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박준규
대중교통으로는 열차로 남원역, 고속·시외버스로 남원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시내버스로 환승해 바래봉 등산로와 가까운 용산정류장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하루 두 번만 운행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대신 운봉읍까지 시내버스가 자주 다닌다.
운봉농협정류장에 내려 오전 7시에 문을 여는 유미네식당에서 8,000원짜리 백반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와 간식거리를 사고 택시로 지리산허브밸리의 용산주차장에 도착했다. 옷을 단단히 여미고 준비한 장비를 착용한 후 산행에 나섰다.
운봉읍 '유미네식당'의 8,000원짜리 백반. ⓒ박준규
안내소와 포토존을 지나 임도를 따라가면 운지사삼거리에 이르는데, 여기부터 실질적인 탐방로다. 운봉읍을 조망하며 오른다. 용산주차장 1.3km 지점부터는 11.2도의 약한 경사 구간이다. 천천히 걷다가 다섯 곳 안전쉼터마다 휴식하며 나아간다.
‘바래봉3안전쉼터’를 지나자 나무마다 하얀 눈꽃이 만발한 겨울왕국이다. 4안전쉼터와 용산주차장 3.2km 지점을 지나 평탄한 길을 사뿐히 걷는다. 5안전쉼터에서 다시 운봉읍을 조망한 후 오솔길을 따라간다. 힘든 줄도 모르고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져 든다.
이정표가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얼어붙었다. ⓒ박준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환상적인 설경이 펼쳐진다. ⓒ박준규
일부 구간은 허리를 숙여야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눈꽃터널이 형성됐다. ⓒ박준규
정령치 코스와 갈라지는 ‘바래봉삼거리’에 이르자 이정표 글씨가 안 보일 만큼 눈이 쌓였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600m, 눈꽃 산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비경이 펼쳐진다. 하늘을 가릴 기세로 빽빽이 늘어선 멋쟁이 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어떻게 찍어도 명작이다.
약수터를 지나니 허리를 구부려야 겨우 통과할 정도로 눈꽃터널이 만들어졌다. ‘바래봉 300m’ 이정표를 지나면 드넓은 평원이다. 고리봉을 시작으로 만복대·세걸산·노고단·반야봉·삼도봉·명선봉·형제봉·덕평봉·칠선봉·영신봉·촛대봉·연하봉·제석봉·천왕봉·중봉 등 지리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인데, 아쉽게도 자욱한 안개에 칼바람이 스쳤다.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엉겨붙어 환상적인 설경을 빚고 있다. ⓒ박준규
어디라 할 것 없이 멋진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박준규
곧바로 계단을 따라가면 최종 목적지 바래봉에 도착한다. 봉우리 모양이 승려가 쓰는 삿갓처럼 보여 삿갓봉이라 불렸고, 나무로 만든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모양에 바리봉이라 했다가 바래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눈꽃이면 됐지 아무러면 어떠랴?
‘바래봉 해발 1,165m’라고 적힌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산행객이 줄을 섰다. 바로 뒤의 평평한 바위에 올라 각도를 잘 조절해서 촬영하면 마치 표지석에 올라선 것 같은 ‘미니어처’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바래봉 정상 부근 능선. 날이 좋으면 지리산 전체 능선이 조망되는데, 그날은 안개가 짙게 끼었다. ⓒ박준규
바래봉에서 눈꽃 산행 인증사진 찍기. ⓒ박준규
겨울철 바래봉 탐방로 입산 가능 시간은 용산주차장(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에서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겨울 등산을 위해서는 추위와 폭설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두툼한 옷차림에 등산화·등산스틱·아이젠·스패츠·핫팩 정도는 기본이다. 등산로에 화장실이 없으므로 산행 전 용산주차장 화장실을 이용한다.
남원까지 갔으니 대표 관광지 광한루원에 들렀다.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광통루라는 이름으로 건립한 누각이다. 1444년 정인지가 광한루로 개칭했고,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26년에 복원했다.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국내 4대 누각으로 꼽힌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이지만 남원사랑상품권으로 2,000원을 돌려준다.
남원 광한루의 겨울 풍경. ⓒ박준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경. ⓒ박준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미안커피' 카페에서 판매하는 서리태라떼. ⓒ박준규
남원의 대표 먹거리는 추어탕이다. 추위를 달래고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제격이다. 인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둘러본 후 미술관 내 ‘미안커피’ 카페에서 서리태라떼를 마시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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