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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노출과 CT 촬영의 안전성

입력
2025.02.15 04:30
25면

우리나라 CT 촬영은 매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 명당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CT 장비를 많이 보유한 국가이며, 촬영건수 또한 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 CT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X선과 비교할 때 질환 진단과 환자 치료계획에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방사선에 노출되는 단점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2년 CT 촬영건수는 46.6%가 증가하고, 암 발생 위험률이 0.5%씩 증가하는 유효선량 100m㏜ 초과자도 2017년 2만1,327명에서 4년 만에 4만142명으로 늘었다고 한다(출처: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필자는 30년 넘게 영상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며 누구보다 환자들을 위해 안전하고 합리적인 CT 이용이 중요함을 느껴왔고,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꼭 필요한 경우에만 CT 촬영을 해야 한다. 최근 공단에서 발표한 소아 폐렴 CT 촬영현황을 살펴보면, 청진이나 X선으로 확인 가능한 폐렴을 내원 아동 전원에게 촬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기적 과도한 방사선 노출이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특히 소아환자에 대한 촬영은 어른보다 암 위험이 3~5배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진은 검사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한 후 CT를 촬영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초음파나 MRI 등 대체 검사를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국민들은 CT 촬영의 장단점과 의료방사선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공단에서는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최근 5년간 CT 촬영건수 등을 확인하는 의료영상검사(CT) 이력조회 시스템을 오픈하고, 영상검사기록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관리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불필요한 검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노후화되거나 성능이 저하된 의료 장비에 대해 국가에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병·의원 CT 중 10년 이상 노후화된 장비가 36%를 넘어섰고, 심지어 20~30년이 경과된 CT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비 노후 여부나 성능에 관계없이 동일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 중이지만 이미 프랑스, 호주 등은 장비연수 등에 따른 차등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오래된 장비사용은 방사선 노출 위험성이 커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차등수가 등으로 빠른 시일 내에 노후장비를 관리해야 한다.

CT 검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검사 중의 하나이다. 다만 의료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합리적인 CT촬영을 위해서 정부, 의료진, 국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정승은 가톨릭대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영상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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