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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등생 살해 뒤 응급실서 웃은 여교사...범행 동기 규명 실마리 될까

입력
2025.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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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치료·검사 과정서 소리 내 웃어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우울증과 무관 범행"
작년 순천 여고생 살인범 박대성도 '웃음'

지난 10일 자신이 다니는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흉기에 희생된 고 김하늘(8)양의 발인식이 지난 14일 오전 건양대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대전=뉴스1

지난 10일 자신이 다니는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흉기에 희생된 고 김하늘(8)양의 발인식이 지난 14일 오전 건양대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대전=뉴스1

자신이 근무하는 대전 서구의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1학년생 김하늘(8)양을 살해한 뒤 자해한 여교사가 치료 과정에서 소리 내 웃은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살인사건 피의자 A(48)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범행 당일 오후 6시 43분쯤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A씨는 김양을 살해한 뒤 흉기로 자해해 출혈이 심했다.

의료진은 응급실 내 외상센터 소생실에서 지혈 등 응급치료를 했고, 손상된 혈관을 확인하는 등 검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갑자기 소리 내며 웃어 의료진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는 크게 다쳐 위급한 상황이라 대개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A씨는 목 부분 부상이 깊어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단순히 흉기에 찔린 환자로 알았던 A씨가 초등학교 1학년생을 살해한 뒤 자해해 치료를 받던 중 웃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 치료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함구령을 내렸으며, 진료기록도 담당 의사와 간호사만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지른 뒤 웃는 행동으로 미뤄 우울증 등 정신병력과 무관한 반사회적 인격장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기분 조절을 잘 못하는 장애일 뿐 이번 초등생 살해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며 "끔직한 범행을 저지르고 응급실에서 웃었다면 반사회적 장애로 폭력적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정신병력보다는 성격과 기질 때문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자신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종료한 뒤 흥분상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잠재적 의식에 남아 있는 만족감이 순간적으로 웃음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 없는 여교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하는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박대성의 웃음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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