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젊은 시절 회상에 갇히지 말아야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젊고 건강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다.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건 삶의 즐거운 부분이지만, 때때론 이런 기억이 현재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했던 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젊을 때는 일정이나 약속을 별다른 노력 없이도 기억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거나 중요한 일정을 깜빡하는 일이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병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신체적, 인지적 변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몸의 기능은 서서히 변화한다. 근육량은 30대 이후부터 10년마다 3~5%씩 줄어들며, 노년기에는 최대 근육량의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도 40대 이후 매년 조금씩 감소해, 고령자들에게서 만성 콩팥병이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처럼 신체적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년의 시간은 단순히 상실을 경험하는 시간일까.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부정하거나 거부하기보단, 이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노화를 두려워하기보다 현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한 접근일 것이다.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깊어지고 활동이 줄어들며, 이는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
신체적 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근육량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 운동은 노년기의 신체 기능 저하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인지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기억력 감퇴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노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환자들을 보면, 같은 상황이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문제의 크기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과 청력이 저하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반대로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변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직 노화의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속하고, 신체적·인지적 건강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간다면, 노년의 시간은 단순한 상실의 시간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