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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와 노인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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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지난해 1,000만 명을 넘었으며,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출생률 감소, 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평균 수명의 증가로 고령화는 점점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하나가 노인 운전에 대한 문제다. 과거에는 노인 교통사고라고 하면 주로 보행자 사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노인이 직접 운전 중에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 발표된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가해 운전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현황에서 65세 이상이 6,864건으로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201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치매 운전자는 일반 운전자보다 사고가 나고 사망할 확률이 높으며, 운전 테스트를 했을 때 치매 진행 전 단계에서 이미 11배나 운전 기능에 이상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인지기능검사가 정상이어도 운전 테스트에서 이상이 발견될 수 있단 뜻이다.
노인의 안전 운전에 방해가 되는 건 시력 저하다. 야간에 암순응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젊은이보다 시력이 저하돼 위험하며, 시야도 줄어들어 옆에서 오는 차나 사람을 인지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순발력,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떨어지게 돼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났을 때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은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넓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운전이 필수인 미국에선 십여 년 전부터 운전할 때 먹어서는 안 되는, 주의해야 할 약물 목록을 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진통제, 안정제, 우울증약, 감기약, 수면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보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2018년 초, 등교 중이던 여고생 2명이 85세 노인이 운전하던 차에 치였는데, 당시 노인은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말해 노인 운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후 고령 운전자들이 운행하는 차에는 초보운전처럼 ‘실버 마크’를 부착하도록 하고 면허 반납을 권장하며 대중교통 요금 할인, 노인 전용 택시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 운전 시 브레이크 페달 오인 사고가 잦은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부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국토가 작고, 비교적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어서 운전하지 않고도 이동에 어려움이 적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허약한 노인이나 시골 지역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울 수 있어 취약한 노인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들의 안전 운전은 본인 생명뿐 아니라, 우리 가족과 우리 이웃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노인 안전 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공유돼야 한다. 이와 함께 운전면허 갱신과 관련한 고령 운전자의 인지기능, 신체기능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르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조금 더 성숙한 운전 문화와 개인의 책임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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