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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은 '차단', 개도국은 '환영'...딥시크發 'AI 신냉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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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화면에 중국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딥시크와 미국의 챗GPT가 나란히 표시되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이 'AI 신냉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딥시크 수용 여부에 따라 각국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이 과거 냉전시대 진영 대결을 방불케 한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딥시크의 개인 정보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딥시크 대항군'을 자처하고 나섰고, 반대로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를 지칭하는 개념) 국가들은 속속 딥시크를 받아들이며 '중국 AI 우군'으로 뭉쳤다.
18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딥시크 차단 움직임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반중 성향이 강한 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일본과 호주는 이달 초 보안상 위험을 이유로 모든 정부 기관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반중 색채가 강한 대만 민진당 정부도 지난달 말 일찌감치 정부 부처와 국영 기업을 대상으로 딥시크 접속 제한 조치를 했다.
유럽도 딥시크를 바짝 경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밀한 극우 정당이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를 차단,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반 국민에까지 딥시크 사용을 제한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도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딥시크 문제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도 17일 이용자 개인 정보 유출 우려에 따라 딥시크 앱 신규 다운로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며 사실상 딥시크 대항군에 합류했다.
'AI 맹주' 자리를 넘겨줄 위기에 처한 미국은 딥시크 퇴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 하원은 지난 6일 정부기관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딥시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국방부와 의회, 일부 주(州)정부 기관에 국한됐던 딥시크 금지령을 미국 정부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법안이라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특정 기업 상품을 대상으로 집단 보이콧에 나선 전례는 찾기 어렵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각국 정보 수집 도구로 딥시크를 활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6일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 빌딩 1층에 설치된 안내판에 딥시크(DEEPSEEK) AI라고 적혀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반면 중국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 자부한다.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된 데다 누구든 배울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라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에 "딥시크를 롤모델 삼아 우리도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탕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딥시크 성공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AI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은행은 딥시크를 기반으로 개발된 자체 AI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딥시크를 적극 받아들인 나라도 많다. 'IT 강국' 인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인도 정부는 딥시크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자국 서버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딥시크 AI 모델을 토대로 자체 AI 모델 개발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미국 CNBC방송은 "AI 개발에 고가의 반도체가 필요했던 탓에 그간 인도는 투자를 망설여왔지만, 낮은 개발비로 탄생한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인도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딥시크를 글로벌사우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의 리우 빈싱 국제 비즈니스 부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매우 낮은 비용으로 개발된 딥시크의 등장은 말레이시아 기업들에도 매우 좋은 일"이라며 딥시크 활용을 독려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AI는 폐쇄적인 미국 AI와 달리 개방적이어서 개도국과 유럽에 혜택을 안길 것"이라며 딥시크를 적극 홍보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AI 통제 정책이 강해질수록 개도국들은 더욱더 딥시크에 다가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고사양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 입장에선 AI 반도체 공급망을 틀어쥔 미국보다 고성능 오픈소스 AI를 내놓은 중국을 택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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