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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하늘이의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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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양의 발인식이 14일 오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대전=뉴스1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겁니다. 맞벌이하는 처지라 2학년 때부터 집에서 도보로 300여 m 떨어진 학교까지 아이를 혼자 보냈으니 항상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고 차가 적게 다니는, 그나마 안전한 동선을 정한 뒤 딸의 손을 잡고 몇 번이나 등교 예행연습을 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스마트폰은 최대한 늦게 쥐여 줘야 한다지만 위치확인앱이 필요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교문을 통과하면 등교 알림이 뜨는 앱은 학교에서 기본 제공하는 것에 유료 앱까지 추가해서 두 개를 깔고, 아이 가방에도 두 개의 태그를 달았습니다.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는 앱 작동에 행여나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는 노파심 때문이었죠.
혼자 등하교를 한 지 몇 년이 됐지만 아직도 오전 9시 전에는 불안합니다. 그러다 교문을 통과했다는 알림이 울리면 한시름 덜곤 합니다. 학교에 도착한 이후부터 오후에 학원 가기 전까지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학교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그곳에 계시니까요.
이런 믿음이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손에 살해된 김하늘(8)양 사건으로 무너졌습니다. 하늘이가 학교 돌봄교실에 머무는 시간에는 하늘이 아버지도 마음을 놓았을 테죠. 그런 공간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무참한 범죄를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교사가 저질렀습니다. 유가족이 느꼈을 배신감과 분노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감히 상상조차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도 사건 다음 달 장례식장에서 하늘이 아버지는 다른 범죄 피해자 유족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많은 희생자 유족이,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더더욱 실명 공개를 꺼리지만 스스로 하늘이의 이름과 나이를 밝혔습니다. 하늘이 영정 사진도 모자이크 없이 언론에 공개했고요.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되고 싶어 한 아이라는 것을 기사로 알려 달라고도 했습니다. 장례식장에 모인 기자들에게는 식사 준비됐으니 먹고 가라고, 하늘이가 대접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재난과 비극의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취재했지만 처음 접해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치권이 나서기도 전에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늘이법'을 만들어 달라"고도 직접 외쳤습니다. 동시에 자신을 비롯해 가족의 개인정보는 철저한 비공개를 요청했고요. 전자는 너무나 사랑한 딸의 이름이 기억되면서 제2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희생자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 후자는 하늘이 동생 등 남은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가장의 무게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원영에게 조문을 강요했다는 악플과 하늘이법 도입 시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당황했을 듯도 합니다. 다만 사건 다음 날 오전 기자회견 때 워딩을 다시 보니 하늘이의 마지막 길에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바라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으로 이해됩니다. 하늘이법은 입법 과정에서 합리적인 안이 도출될 거라 믿습니다. 제2의 하늘이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니까요.
하늘이가 별이 된 뒤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사람은 아버지를 비롯해 유족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될 리 없겠지만 장례식장에서 언론에 수차례 부탁한, 꼭 기사에 실어 달라는 그 한마디. 여기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늘아 사랑해. 그리고 어른들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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