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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파니의 박동, 거인의 발소리 혹은 우직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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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43세에 완성했다. 슈베르트가 15세, 슈만이 21세, 베토벤이 29세, 말러가 28세 등 다른 작곡가들이 교향곡 1번을 작곡한 시기를 감안하자면 꽤 더딘 편이다. 그러나 교향곡을 작곡하겠다 결심했던 때는 그보다 20여년 전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감상하고 매료됐던 스물 한 살이었고, 이 시기 슈만은 청년 브람스를 음악계에 소개하며 "베토벤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할 후계자"라 선포했었다.
"위대한 거인의 행진 소리가 뒤통수에서 쫓아오는 기분이 어떨지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부담을 호소했던 브람스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악상을 가다듬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작품은 미련 없이 폐기시키는 완고한 완벽주의자였다. 사람들은 베토벤 혹은 동년배 라이벌이었던 바그너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괴롭혔고, 소심한 브람스는 어떤 곡을 작곡하는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자기비판을 이어갔다.
그렇게 20여년 만에 벼르고 벼려 완성된 교향곡 1번은 브람스의 절친이었던 데소프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그런데 그 무대가 빈이나 라이프치히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독일의 소도시 칼스루에였다. 호사가들의 뒷방 공론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는 브람스의 안전장치였던 것. 다행히 초연은 성공을 거두어 여러 대도시에서 초청받는데 이때는 브람스가 직접 포디움에 올라 지휘봉을 잡는다. 비평가 한슬릭은 "한 작곡가의 첫 교향곡을 음악계 전체가 이렇게 긴장과 기대로 기다린 적이 있을까"라 반겼고, 지휘자 폰 뷜로는 "베토벤의 10번째 교향곡"이라 찬양했다.
베토벤의 영향력은 이 교향곡 곳곳에 드러난다. 운명의 불가항력을 상징하며 베토벤이 편애했던 조성인 c단조를 선택했고, 1악장엔 비극적 투쟁과 갈등을 배치하고, 중간 악장의 중재를 거쳐, 마지막 악장에선 C장조 승리로 교향곡의 서사를 구성했다. 선율보다는 짧은 모티브로 악상을 전개 시켰던 베토벤처럼 주제적 단편으로 리듬의 추진력을 강화했다. 게다가 피날레 악장에 등장하는 C장조 선율은 영락없이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를 연상시킨다. 브람스 스스로 "어떤 바보라도 그 영향력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 겸손히 인정했었다. 팀파니의 연속되는 타격으로 거대한 박동을 일으키는 비장한 서주를 두고 누군가는 브람스를 짓눌렀던 거인의 발소리라 해석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헤쳐갔던 브람스의 우직한 발걸음이라 여기기도 한다. 교향곡 역사 중 가장 인상 깊은 인트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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