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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싸졌다더니, 오히려 더 뜨는 "GPU 빌려드립니다"

입력
2025.02.25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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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충격에도 GPU 구독 사업 각광
"비용 떨어져도 AI 활용 수요 오히려 늘어"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2024년 12월 SK브로드밴드 가산 데이터센터에서 GPU 구독 사업(GPUaaS)에 사용되는 서버 랙(선반)을 살피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2024년 12월 SK브로드밴드 가산 데이터센터에서 GPU 구독 사업(GPUaaS)에 사용되는 서버 랙(선반)을 살피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만든 'R1' 모델이 나타나자마자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는데 전 세계적으로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는커녕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한정된 GPU를 쉽게 빌릴 수 있는 '구독형 GPU(GPUaaS)' 사업이 클라우드 제공사와 통신사를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4일 IT업계에 따르면 AI 클라우드 전문 기업인 미국 람다는 19일 '시리즈D' 투자를 받아 4억 8,000만 달러(약 6,900억 원)를 마련했다. 시리즈D는 스타트업이 사업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 실질적 궤도에 오른 뒤 유치하는 벤처 투자 단계다. 람다는 엔비디아의 'H200' 등 최신 GPU를 가장 빠르게 확보한 기업 중 하나인데 GPU를 쓰고 싶은 기업이 AI 모델을 실행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H200을 빌려 주는 구독형 GPU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 모델은 1월 딥시크의 'R1' 모델이 등장하면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들은 딥시크 덕에 낮은 사양 GPU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에 최신형 GPU를 찾는 곳이 줄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반대였다. 스티븐 발라반 람다 최고경영자(CEO)는 "R1이 모습을 드러낸 뒤 엔비디아 H200 칩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람다를 통하면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호스팅하는데 필요한 GPU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GPU 수요가 느는 원인을 '제본스의 역설'을 인용해 설명한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수요도 늘기 때문에 필요한 GPU 서버 수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얘기다. 람다와 함께 국내에서 구독형 사업을 진행하는 SK텔레콤의 김명국 GPUaaS 사업본부장은 "딥시크 화제 이후 GPUaaS를 궁금해하며 내용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늘었다"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저변이 넓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GPU 사는 것보다 구독이 2년 10개월차까지 이득"

광주 오룡동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전산실 모습. 엔비디아의 'H100'을 비롯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슈퍼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NHN 제공

광주 오룡동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전산실 모습. 엔비디아의 'H100'을 비롯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슈퍼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NHN 제공


SKT는 2024년 12월부터 람다를 통해 들여온 엔비디아 'H100'과 고속 네트워크인 인피니밴드 등을 적용한 데이터센터(IDC)를 깔고 GPU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엔 H200도 들여오겠다며 사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앞서 NHN·KT·네이버·삼성SDS 등 국내 주요 클라우드 사업체들도 GPU 구독 사업에 뛰어들었다. KT클라우드 또한 H200을 확보해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수요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수요처도 AI 모델 개발 기업뿐 아니라 학계, 연구소까지 다양하다. 정부가 2026년까지 GPU 1만 8,000장을 확보하겠다며 '국가 AI 컴퓨팅 센터' 설립을 서두르는 것도 여러 영역에서 GPU를 좀 더 쉽게 쓸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독형 GPU 서비스는 무엇보다 최신 GPU를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GPU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초기 투자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김명국 본부장은 "자체 분석 결과 GPU를 구독하는 것이 2년 10개월차 까지는 직접 사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이득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전 세계 GPU 구독 시장이 2024년 43억 1,000만 달러에서 2032년 498억4,000만 달러까지 커져 연 평균 성장률(CAGR)은 35.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GPUaaS 시장도 커지고 국내 IT 산업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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