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트럼프에게 질문할 ‘풀 기자’ 직접 뽑는다

AP 취재 제한 이어 “공보팀 결정” 통보
출입기자단 “정부 낙점, 언론 독립 훼손”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5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표로 질문할 ‘풀(pool·공동취재) 기자’를 백악관이 직접 뽑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수십 년간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백악관출입기자단이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 등 공간에서 질문할 수 있는 풀 기자로 누가 참여할지를 결정했지만 더는 아니다”라며 “워싱턴에 기반을 둔 일부 언론이 백악관 출입 특권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의 신문을 읽고 TV를 시청하고 라디오를 듣는 국민에게 그 힘을 돌려줄 것”이라며 “향후 백악관 행사의 풀은 백악관 공보팀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지상파·케이블TV와 유력 매체에 더해 스트리밍 서비스,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에도 집무실과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부연했다.

풀 취재는 언론의 미국 대통령 접근이 모든 매체에 허용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방식이다. 풀 기자는 집무실 등 협소한 공간에서 대통령이 여는 행사에 참여해 언론 대표로 질문하고 그 결과를 백악관출입기자단과 공유한다. 지금껏 소규모 풀 기자단 운영은 기자단이 맡아 왔다.

기자단은 반발했다. 이날 성명을 내고 “어느 매체가 대통령을 취재할지 정부가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자유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대체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성 매체에 반감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매체에 호감을 각각 표시해 왔다. 제도권 언론이 장악해 온 권력을 국민한테 돌려주겠다는 게 백악관 입장이다.

앞서 백악관은 ‘멕시코만’ 표기를 ‘아메리카만’으로 바꾼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P통신의 대통령 집무실 및 전용기 취재를 제한했다. AP는 이를 해제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연방법원이 전날 이를 기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