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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입력
2025.02.27 16:30
수정
2025.02.27 18: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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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혐중 VS 기술 도약 인정
중국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공존
정보 유출 경계하되 교류 재개를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소비자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중국 기업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소비자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중국 기업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일부 극우 인사들이 미국까지 가서 한국의 선거부정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의혹을 언급해달라는 요구까지 늘어 놓았다니, 황당하고 부끄럽다. 국회의원, 교수, 사업가라는 사람들이 남의 나라에서 그게 할 말인가.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개입했다는 이들 주장은 헌법재판소 연구원 이름이 중국식이라는 등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중진이라는 여당 의원은 외국인 헌재 임용을 법으로 제한하겠다며 거들었다.

사회 지도층의 무책임한 극우 편승에, 무차별적 중국 혐오가 세를 불리고 있다. 온라인에선 파묘 놀이라며 헌재 연구관 행적을 털고, 거리에선 중국인을 닮았다며 주민등록증을 보이라거나 한국말을 해보라고 강요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간토 대지진 직후 일본어 발음으로 조선인을 가려내 탄압했던 일제의 만행을 그린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마저 떠오르게 하는 행태다.

극우 인사들은 중국을 몰아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현장에선 이미 중국의 파워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공개 이후 국내 관련 업계는 중국이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줬다며 고마워하는 분위기다. 한쪽에선 중국의 과거 모습에 매몰돼 극도의 반감을 떨치지 못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중국의 미래를 상상하며 긴장과 기대를 품는 우리의 상반된 모습이 아이러니컬하다.

한국이 한 수 아래라고 얕보던 중국의 제조업은 발 빠르게 딥시크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휴대폰 등에 이어 로봇과 AI의 융합도 이미 현실이다. 심지어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기초 연구와 창업을 키우며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중국의 비약적 도약은 결국 전폭적인 과학기술 육성의 산물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2018년 중국의 한 관영 매체 편집장은 자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과장 선전됐으며, 미국과 격차가 크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를 의식한 지적이었을 것임을 감안해도, 국가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을 평가하는 데 객관적이고 겸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중국 사회 내부에 형성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6년여 뒤인 올 1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중국 과학기술 학술 성과가 과장이나 오해가 아닌 실제에 가까움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양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을 압도하고, 질적으로도 슈퍼 파워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 액세스 저널의 영향으로 오히려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까지 담겼다. 미래를 향한 중국의 약진은 이제 ‘실질적’이라는 의미다.

딥시크 공개 직후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 중국 AI 기술 수준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중국과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다” “중국 기술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다. 기술 유출 우려와 윤석열 정부의 미국 밀착 기조 때문에 중국과의 연구 협력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로 세계가 들썩이는데, 우리는 그 실체를 제대로 모른다. 중국 논문이야 물론 볼 수 있지만, 기술 진화의 티핑 포인트와 산업 융합의 핵심 전략이 논문에 오롯이 담겨 있진 않다.

지난해부터 딥시크를 눈여겨봐온 스타트업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고 했다. 핵심기술과 개인정보 유출은 경계하되, 건전한 연구개발 교류에는 다시 시동을 걸 때다. 상대를 알아야 추격도 추월도 가능하다. 양국이 함께 만든 기술 성과가 대중에 공유된다면 ‘묻지마 혐중’도 더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임소형 미래기술탐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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