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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설경 즐기고... 푸른 솔 뿌리내린 일송정까지

입력
2025.03.01 10:00

백두산 눈꽃 여행과 용정 독립운동 유적

백두산 여행객들이 눈꽃이 만발한 중국 옌볜조선족자치구 설령풍경구에서 환상적인 설경을 즐기고 있다. ⓒ박준규

백두산 여행객들이 눈꽃이 만발한 중국 옌볜조선족자치구 설령풍경구에서 환상적인 설경을 즐기고 있다. ⓒ박준규

한국은 곧 새봄을 맞이하지만 백두산의 눈꽃 여행은 4월까지 계속된다. 나무마다 아름다운 눈꽃이 핀 백두산과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이 남아 있는 룽징(용정)시를 함께 둘러보았다.

겨울에도 장엄한 장백폭포

백두산은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와 북한 량강도 삼지연시에 걸쳐 있다. 해발 2,744m 장군봉을 비롯한 크고 작은 봉우리 사이 칼데라 호수 ‘천지’에서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이 발원한다. 한라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민족의 영산이다. 겨울철이면 빼어난 설경을 자랑하지만, 도로와 보행로에 눈이 쌓이고 두꺼운 얼음도 형성된다. 제설작업도 힘들고 차량 운행도 어려워 출입이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천지까지 오르기가 쉽지 않고 북파 코스를 통해 장백폭포만 구경해도 성공적이다.

68m 장백폭포는 눈과 얼음이 덮인 겨울에도 웅장한 물소리로 심금을 울린다. ⓒ박준규

68m 장백폭포는 눈과 얼음이 덮인 겨울에도 웅장한 물소리로 심금을 울린다. ⓒ박준규


장백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온천수와 만나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박준규

장백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온천수와 만나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박준규

장백폭포는 해발 1,250m 지점 68m 절벽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물줄기다. 백두산 북쪽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 ‘달문’으로 흘러나온 천지의 물이 단열대를 따라 흘러내리며 침식작용으로 하천 바닥을 낮추고 넓히며 '승사하'를 형성한 뒤 폭포를 이룬다.

겨울 장백폭포는 겉보기에 얼음이어도 속에는 물기둥이 쏟아진다. 절벽 아래 암석과 바닥에 부딪혀 용과 호랑이가 울부짖듯 굉음을 낸다. 협곡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솟아오르는 온천수와 만나 수증기를 뿜어 신비스러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곳에선 ‘온천달걀’이 별미다. 흰자만 익고 노른자는 흐물흐물한 반숙이다. 맛이 좋아 누구나 3개 정도는 거뜬히 해치운다. 이후 셔틀버스로 녹연담(綠淵潭), 소천지(小天池), 지하삼림(地下森林)으로 이동한다.

장백폭포 가는 길의 웅장한 산세와 환상적 설경. ⓒ박준규

장백폭포 가는 길의 웅장한 산세와 환상적 설경. ⓒ박준규


장백폭포에서는 온천수에 삶아 파는 달걀이 별미다. ⓒ박준규

장백폭포에서는 온천수에 삶아 파는 달걀이 별미다. ⓒ박준규


장백폭포의 겨울별미 '온천달걀'. ⓒ박준규

장백폭포의 겨울별미 '온천달걀'. ⓒ박준규

겨울철 북파 코스 여행에는 총 305위안(약 6만1,000원)이 든다. 입장료 105위안에 이도백하버스역에서 장백산 북파여행객센터까지 셔틀버스 35위안, 여행객센터에서 북파관광지까지 셔틀버스 85위안, 장백산천지 미니차량 80위안이 추가된다. 기상 상황에 따라 천지를 못가고 장백폭포 코스만 여행하면 225위안이다. 스마트폰에 위챗을 설치한 후 장백산(长白山) 공식 앱에 접속해 예매할 수 있다.

겨울 왕국 장백산 설령풍경구

장백산 설령풍경구(长白山雪岭景区)는 해발 1,460m, 허룽시와 안투현 경계에 위치한다. 겨울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이어진다. 적설량은 약 2m에 달하고, 차가운 공기와 수증기가 만나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나뭇가지마다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결정이 열리는 상고대도 자주 생성된다. 트레킹 코스를 비롯해 산정호텔, 자작나무숲, 전망대, 소규모 눈 놀이장, 순록원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췄다.

여행 코스는 설령풍경구 관광객서비스센터~산정호텔~담비출몰지~자작나무숲~전망대~영상기지~고산화원~순록원~자작나무집~설령풍경구 관광객서비스센터 순서로 한 바퀴를 도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트레킹 혹은 스노모빌로 자작나무숲 혹은 영상기지까지 오르막 구간을 이동한 후, 순록원에서 말이 끄는 썰매로 하산하면 편리하다.

여행객을 태운 스노모빌이 눈 덮인 설령풍경구를 누비고 있다. ⓒ박준규

여행객을 태운 스노모빌이 눈 덮인 설령풍경구를 누비고 있다. ⓒ박준규


겨울 설령풍경구는 엄청난 눈이 쌓여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준규

겨울 설령풍경구는 엄청난 눈이 쌓여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준규

그러나 진짜 겨울 눈꽃을 체험하려면 설령풍경구 관광객서비스센터~산정호텔~영상기지~순록원 트레킹을 권한다. 시작은 밋밋해도 오를수록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마법을 부리 듯 겨울 왕국으로 탈바꿈한다. 상고대 덕분에 찍기만 하면 인생사진이다.

산정호텔에서 식사하며 휴식을 취한 뒤 옥상에서 백두산 주봉을 조망한다. 울창한 숲이 빚은 눈꽃 터널, 드넓게 펼쳐진 설원, 자작나무숲을 지날 때마다 황홀경에 빠진다. 2021년 제작한 중국의 범죄수사드라마 ‘쌍탐(双棎)’ 촬영지인 영상기지와 눈 놀이장에서 스노모빌과 튜브썰매를 즐긴 후 순록원으로 향한다. 다싱안링산맥 북동부 산림지대에 서식하는 순록은 바다 같은 산림과 설원을 능숙하게 통과하기 때문에 '숲의 배'라 부른다. 중국의 보호2급 동물로 상서로움과 장수를 상징하는 장백산의 영혼이다. 여행객은 순록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하고 사진을 찍는다. 하산은 말이 끄는 썰매가 답이다. 속도가 느려 20분가량 걸리는데, 오히려 여유롭게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이다.

딴 세상을 연상시키는 설령풍경구. ⓒ박준규

딴 세상을 연상시키는 설령풍경구. ⓒ박준규


여행객이 설령풍경구 순록원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준규

여행객이 설령풍경구 순록원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준규


설령풍경구에서 내려올 때는 말이 끄는 썰매로 이동하며 설경을 감상한다. ⓒ박준규

설령풍경구에서 내려올 때는 말이 끄는 썰매로 이동하며 설경을 감상한다. ⓒ박준규

설령풍경구 입장료는 128위안이다. 여기에 관광객서비스센터에서 자작나무숲까지 스노모빌 118위안, 관광객서비스센터에서 영상기지까지 스노모빌 188위안, 스노모빌과 튜브썰매 체험 68위안, 순록 먹이주기체험 30위안, 순록원에서 관광객서비스센터까지 말 썰매 120위안이 추가된다.

3월에 돌아보는 룽징의 한국독립운동 유적

룽징시에는 한국독립운동 역사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명동촌의 명동학교는 1908년 윤동주의 외삼촌 김약연이 설립해 민족교육을 이끌던 애국 청년의 요람이었다. ‘윤동주생가(尹東柱 故居)’도 있다. 식민지 청년으로서의 인간적 고뇌, 독립의 소망이 담긴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 발전에 기여한 윤동주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서시’는 지금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중 하나다.

룽징의 명동학교 옛터 기념관. ⓒ박준규

룽징의 명동학교 옛터 기념관. ⓒ박준규


룽징의 윤동주 생가. ⓒ박준규

룽징의 윤동주 생가. ⓒ박준규


윤동주 생가에 '서시' 시비가 세워져 있다. ⓒ박준규

윤동주 생가에 '서시' 시비가 세워져 있다. ⓒ박준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15만원 탈취사건 유적지(夺取十五万元事件遗址)’와 ‘3·13반일의사릉(三一三反日义士陵)’도 있다. 15만원 탈취사건은 1920년 1월 4일 간도국민회 조직 철혈광복단원 6명(윤준희·최봉설·임국정·한상호·박웅세·김준)이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은행 룡정출장소로 운반하는 일제의 현금수송대를 습격해 현금 15만원을 탈취한 사건이다.

3·13 반일의사릉은 1919년 3월 13일 대한독립 깃발을 앞세운 충렬대가 간도 일본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다 일제의 사주를 받은 무장 군인들과의 충돌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있다. ‘비암산풍경구(琵岩山风景区)’에는 한국독립운동의 상징적 가곡 ‘선구자’에 등장하는 일송정 푸른 솔이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륭징의 15만원 탈취사건 유적지. ⓒ박준규

륭징의 15만원 탈취사건 유적지. ⓒ박준규


룽징의 3·13 반일의사릉. ⓒ박준규

룽징의 3·13 반일의사릉. ⓒ박준규


일송정 앞에 뿌리내린 소나무. ⓒ박준규

일송정 앞에 뿌리내린 소나무. ⓒ박준규


일송정에서는 룽징시와 시내를 관통하는 해란강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박준규

일송정에서는 룽징시와 시내를 관통하는 해란강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박준규

백두산과 설령풍경구, 용정과 연길의 독립유적지를 둘러보는 ‘백두산 겨울눈꽃 3박4일 패키지’는 엠투어(055-288-8121, 010-8410-8574)로 예약할 수 있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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