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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외교 정상화' 6시간 회동... EU "미국, 빈라덴과 손잡은 꼴" 직격

입력
2025.02.28 18:13
수정
2025.02.28 21: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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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상호 외교관 추방했던 미·러
"외교 공관 안정화 초기 조치 확인"
EU "침략자 러시아에 왜 혜택 주나"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 주최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 주최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단절된 공식 외교 채널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 동맹인 유럽을 배제한 채 미러 간 밀월이 계속되자 유럽연합(EU)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과 손잡은 격"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EU 견제가 아닌 '파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실무자들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대사관 운영 정상화 등과 관련해 6시간 30분 동안 회의했다"고 전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외교 공관 운영 안정화를 위한 초기 조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이전 행정부가 훼손했던 문명화된 소통도 복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며 공식 외교 관계를 끊어버렸다.

유럽은 침략자인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협상을 강행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규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AFP통신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영토를 병합·점령한 것인데,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추가적으로 더 줘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칼라스 대표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빈라덴과 만나 '좋아, 당신이 원하는 게 더 있냐'고 물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EU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각료회의에서 "EU는 미국을 뜯어먹으려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막말을 퍼부으면서 유럽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연구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의 목표는 유럽의 통합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유럽 내 극우 정당을 부추기는 것이 그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였던 카미유 그랑 유럽외교협의회 연구원도 "미국은 경제적, 전략적, 이념적 측면에서 유럽에 적대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는 미국이 동맹인지, 경쟁자인지, 심지어 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일갈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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