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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3·1절에 둘로 갈라진 현실 부끄럽다

입력
2025.03.02 18:00

제106주년 3·1절 인 1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 인근에서 안국역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고(왼쪽 사진),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뉴시스

제106주년 3·1절 인 1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 인근에서 안국역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고(왼쪽 사진),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뉴시스


제106주년 3·1절인 어제 서울 도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광화문에서 안국역에 이르는 구간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선 윤 대통령 파면과 국민의힘 심판을 외쳤고, 이로부터 1㎞ 떨어진 광화문에서 시청에 이르는 구간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선 윤 대통령 즉각 복귀와 좌파 카르텔 척결을 주장했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이념·지역·계급·종교 등을 초월해 민족이 하나가 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기념일에 마주한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군을 동원해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내란 피의자를 옹호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동일한 평가 대상일 수 없다. 그러나 갈등 조정과 치유의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탄핵 찬반 집회에 달려가 상대에 대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은 뒷전인 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세를 과시하려는 목적만 앞세우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 대표들은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다면 아마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꽃게밥이 됐을 것"이라며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함께 손잡고 상식과 도의를 복구하자"고 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 파괴 극우세력 이 땅에서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기현·나경원·윤상현·추경호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37명은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고, 일부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재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했다. 나 의원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대한민국 입법, 사법, 언론에 암약하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맞을 것"이라며 불복 의사를 공공연하게 내비쳤다.

걱정스러운 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에 비해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증오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현실이다. 탄핵 찬반 집회와 불복 시사는 2017년에도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다수 여당 의원들이 극우와 손잡고 헌재 권위를 조직적으로 흔들지 않았다. '종북' '빨갱이' 등 극우 세력의 색깔론을 넘어 집회 참가자들은 이제 서로 상대 진영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안팎의 경제·안보 상황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현실화하고 있다. 파국으로 끝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의 약소국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는 조기 대선만을 의식해 지지세력의 과도한 주장에 편승해선 안 된다. 국민 통합은 대선 승리를 통해 주어지는 게 아니다. 헌재 결정과 조기 대선 이후를 생각한다면 선동을 자제하고 분열을 치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된 3·1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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