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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와 '트럼프'가 바꾼 올해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관전 포인트는?

입력
2025.03.03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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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중국 양회 관전 포인트]
① 3년 연속 GDP 목표치 5%대 유지?
② '민간경제 활성화'로 내수 활로 뚫기
③ 딥시크 쇼크 이후 AI 육성책 나오나
④ 국제 현안에 대한 中정부의 입장은?

지난해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가운데, 시진핑(맨 아래)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가운데, 시진핑(맨 아래)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10%' 추가 관세 폭격을 예고하며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될 수밖에 없는 날이다. 그러나 최근 '토종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가 전 세계에 일으킨 돌풍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양회는 한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 일컫는 용어다. 정협은 4일, 전인대는 5일 각각 개막해 일주일가량 열린다. 통상 양회에선 고위급 인사나 권력 구조 개편 등 정치 현안에 이목이 쏠리지만, 올해 양회는 '기술 자립'과 '민영 경제'를 강조하는 등 경제 문제에 좀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①경제 성장 목표 '5%대' 유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해 5월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해 5월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개막식 날 리창 국무원 총리의 경제성장률(GDP) 목표치 발표다. 올해도 재작년·지난해와 같은 '5%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앙정부의 목표치를 가늠할 수 있는 올해 각 지방정부 성장률 목표는 평균 5.3%로 집계됐다. 2025년은 중기 경제 계획인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마지막 해다. 중국으로선 내수 진작, 특별국채 발행 등 경기 부양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최대 변수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5~4.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JP모건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중국 GDP를 1.2%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팅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 조치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해 '5%대 성장'을 목표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②민간 경제 활성화로 경제 방향 트나

지난 1월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항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칭다오=AFP 연합뉴스

지난 1월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항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칭다오=AFP 연합뉴스

'민영'은 최근 중국 지도부가 부쩍 강조하는 표현 중 하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6년 만에 딥시크·화웨이·알리바바 등 민간 기업인들을 소집해 '민영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준 뒤, 관영매체들은 민영기업 역할과 지도부의 관심을 연일 조명하고 있다. '공동부유'를 강조해 온 시 주석이 '선부'(경제 성장을 위해 격차를 용인해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견해)의 역할도 용인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민간 중심 경제로 '우클릭'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민영기업 규제도 대폭 푼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벌금 부과'를 금지하는 민영경제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투자 증진을 위해 민영기업에는 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중국 학계에서는 "시 주석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③ 딥시크로 얻은 자신감... AI 부양책?

중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 로고. AFP 연합뉴스

중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 로고. AFP 연합뉴스

'제2의 딥시크'를 육성할 지원책이 발표될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양회는 국가적 AI 종합 지원책인 'AI+ 행동'을 발표했다. AI+ 행동은 AI를 여러 분야 산업에 접목하는 게 골자인데, 올해 양회에서 그 내용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양회를 앞두고 3대 국영 통신사를 찾아 AI 응용 수준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국유기업부터 AI 혁신과 적용에 나서라는 뜻이었다.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R&D)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R&D 예산은 3조6,130억 위안(약 724조 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에는 4조 위안(약 802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딥시크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AI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저공경제(무인기 관련 분야), 바이오 제조, 6G, 양자컴퓨터 영역 등 이른바 '신질 생산력' 투자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④트럼프발 혼란, 중국 외교 방향은?

외교 정책은 7일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공개할 공산이 크다. '미국·러시아 밀착' '글로벌 관세 전쟁' 등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외교가 국제 정세를 혼돈에 빠트린 터라, 중국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어'와 관련해서도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 만큼, 대만 문제 관련 발언 수위도 관심사다. 3년 연속 7%대 증가하며 지난해 처음 300조 원대(약 1조6,655억 위안)를 돌파한 국방 예산도 주목할 부분이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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