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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불댕긴 중국 AI 투자 경쟁... 中 아너도 "5년간 14.6조 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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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의 간담회에서 한 밴드가 행사 시작 전 공연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honor)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분야에 100억 달러(약 14조6,15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자사 기기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칩 수출 통제 조치를 뚫고 개발된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고효율 AI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뒤,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AI 투자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아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앞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제임스 리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 동안 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AI 디바이스 생태계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스마트폰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아너 측은 "투자금은 기기에 AI를 적용하고 차세대 AI 비서를 개발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또 일부는 AI 기기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쓰일 예정"이라고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밝혔다. 다만 어디에서 투자금을 조달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의 간담회에서 레이 구 최고마케팅책임자가 연설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아너는 2020년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사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정부가 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자 서브 브랜드였던 아너를 매각했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뒤 아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주요 제조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아너의 중국 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였다.
그나마 강세를 보이던 중국 시장에서도 최근에는 입지가 불안정한 상태다. 화웨이가 2023년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첨단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를 내놓고 부활에 성공하면서 작년 4분기 아너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23년 4분기 대비 13.6% 줄었다. 애플(-18.2%)과 함께 판매량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업체였다. 아너는 AI를 발판 삼아 이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테크업계에서는 이른바 '딥시크 쇼크'가 아너의 AI 투자 계획 발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딥시크의 추론 AI 모델이 등장한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이 AI 모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AI 기술 경쟁에 아너도 뛰어들었다"고 짚었다. 중국 최대 기술기업 알리바바그룹도 일주일 전이었던 지난달 24일 "향후 3년간 AI 분야에 3,800억 위안(약 7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너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결합한 스마트폰용 AI 비서를 시연하고, 자사 대표 스마트폰인 매직 시리즈에 7년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 분석가는 "구글은 그간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협력을 꺼려 왔다"며 "아너가 구글 픽셀, 삼성전자 갤럭시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 건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너와 구글 간 협력 강화는 마찬가지로 구글 OS를 쓰는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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