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미중 관세 전쟁 격화… ‘20% 상향’ 美 폭격에 中 다시 맞불

美 발효 강행… 2차 무역 전쟁 개전 조짐
對중국 평균 45%로… 공약한 60% 육박
캐나다·멕시코에도 25% 보편 관세 발효
中, 보복 관세... "美 대두·원목 수입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대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빌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또다시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대(對)중국 추가 부과 관세 세율을 20%로 급격히 끌어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중국도 미국 농산물을 겨냥한 ‘맞불 관세’로 재차 대응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멕시코를 상대로 예고된 미국의 ‘25% 보편 관세 부과’도 시행에 들어가는 등 트럼프발(發) 무차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펜타닐 美유입 차단 조치 불충분" 핑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멕시코·캐나다에 각각 부과한 신규 관세는 4일 0시 1분(미국 동부시간)을 기해 발효됐다.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율은 지난달 4일 부과된 10%에 10%가 더해져 총 20%로 뛰었고, 멕시코·캐나다산에는 25% 관세가 새로 붙게 됐다. 3일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0%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한 달간 유예했던 대캐나다·멕시코 관세 행정명령 시행은 더 미루지 않은 결과다.

트럼프는 이날 “펜타닐 등 합성마약의 지속적인 미국 유입을 막는 조치를 중국 정부가 취하지 않아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경제에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10% 추가 관세 첫 부과’ 명분으로 거론한 중국의 펜타닐 원료 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4일 오전(한국시간) 상무부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금지 정책이 가장 엄격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후에는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에 10~15% 보복 관세를 매기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 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겠다며 ‘표적 대응’도 공식화했다. 지난달 10일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배기량 자동차·픽업트럭에 10% 등 추가 관세를 물리고, 텅스텐 등 핵심 광물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식으로 보복했던 것과 유사하다.

중국의 '트럼프 추가관세' 대응.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중 2차 무역 전쟁? 수위 조절?

이에 더해 중국은 이날 “맥각균과 종자코팅제가 함유된 대두가 검출됐다”며 미국 3개 기업의 대중국 콩 수출 자격을 정지하는 한편, ‘해충 발견’을 문제 삼아 미국산 원목 수입도 중단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추가 제소하기까지 했다. 관세는 물론, 비(非)관세 조치도 총동원해 보복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제2차 미중 무역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중국 수입품에 적용되는 미국 관세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평균 25%에서 45%로 껑충 뛰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유세 때 공약했던 ‘60% 이상’에 근접해 가고 있다. 다만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7월 발발해 2020년 1월에야 휴전이 성사된 미중 간 1차 무역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최대 수입국이기는 하지만, 미 농업 부문도 1차 관세 전쟁 때 교훈을 얻고 어느 정도 대비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더 아슬아슬한 곳은 북미다. 지금껏 북미 3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했다. 당초 트럼프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이유로 지난달 4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하려다 양국이 국경 안보 강화 협력을 약속하자 시행을 한 달 후로 미뤘다. 그러나 “마약 차단에 진전이 없다”고 불평하더니 결국 부과를 강행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의 중심에 있는 4개국 정상. 왼쪽 사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P 연합뉴스

캐나다, 즉각 보복... 북미 '아슬아슬'

당장 보복에 나선 곳은 캐나다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 성명을 내고 “향후 3주 안에 총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별 대응을 예고한 멕시코는 즉각 구체적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1기 때처럼 맞불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맹도 예외 없는 ‘트럼프발 무차별 관세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일단 부과 대상 품목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국은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고, 국가 안보 영향 조사 품목인 외국산 구리 및 목재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 달 2일엔 상호 관세(상대국 관세 수준에 맞춰 자국 관세 조정)와 수입 농산물 대상 관세가 발표된다.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에 대한 25% 관세도 조만간 공식화한다. 미국의 대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부과 강행 여파로 이날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급락했다. 고율 관세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