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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드라마 찍나"… '오락가락' 트럼프 관세 정책에 국제사회 '대혼돈'

입력
2025.03.07 19:00
수정
2025.03.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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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어 USMCA 수입품 관세 유예
캐나다·멕시코, "미국 요구 불명확" 토로
철강·알루미늄·상호관세 예정대로 발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 또는 시행했다가 다시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를 반복해 국제사회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락가락하는 미국 무역 정책 탓에 대혼돈에 빠진 캐나다와 멕시코는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세를 지렛대 삼는 트럼프의 전략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변덕이 손해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관세 전격 유예… 4월 2일까지 철회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적용되는 품목에 부과하는 25% 관세를 다음 달 2일까지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4일 0시 캐나다·멕시코 수입품 관세가 발효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단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적용하는 25% 관세는 예정대로 시행한다.

앞서 트럼프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USMCA에 해당하는 모든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요구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면서 "4월 2일까지 유효하다"고 밝혔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유예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행정명령에는 포함됐다. 백악관은 캐나다산 수입품 38%, 멕시코산 수입품 50%가 면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관세 유예 조치는 벌써 세 번째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2월 4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시행일 하루 전 한 달간 유예했다. 이달 4일에는 마침내 관세가 발효됐지만 하루 만인 5일 자동차 품목에 한해 다시 한 달을 미뤘다. 그러더니 다음 날 또다시 USMCA 품목 25% 관세 부과를 다음 달 2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당사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유예하면서 펜타닐(합성마약) 유통 통제, 이민자 유입 차단, 무역적자 해소 등 매번 다른 이유를 들기 때문에 미국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사이코 드라마'라는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기업 지도자들과 만나 "이런 '사이코 드라마'를 30일마다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서 "문제는 미국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경제고문이었던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객원 연구원도 트럼프의 변덕에 개탄하며 "협상 내용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증시와 부진이 예상되는 고용보고서를 고려할 때 관세 칼날을 휘두를 때가 아니다"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美 재무 "동조 안 하면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미국의 관세를 둘러싸고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오클랜드항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미국의 관세를 둘러싸고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오클랜드항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관세 유예 조치가 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역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CNN방송은 정책 성과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관세 발효일인 4일 주식이 급락하자 시장 상황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세 유예 발표 몇 시간 전에는 미국 무역 적자가 지난해 12월 981억 달러에서 올해 1월 1,314억 달러로 급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트럼프도 앞서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캐나다의 농산물 보복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피해를 인정했다.

트럼프의 '묘수'는 결국 '악수'가 됐다. 대(對)캐나다·멕시코 관세가 전격적으로 유예됐는데도 이날 미국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경제학자 게리 허프바우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복잡한 규칙과 트럼프의 끊임없는 변화로 인해 기업들은 계속해서 주문을 보류하고 투자 결정을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하며 관세 전쟁이 서막에 불과하다고 예고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다른 국가의 관행이 미국 경제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한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며 적대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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