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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엔비디아'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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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엔비디아
대만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4.9%(작년 3분기)다. 전 분기보다도 2.6%포인트 높아졌다. 10% 밑으로 떨어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은 미국 엔비디아 점유율이 90%다. 현재로선 경쟁자가 없다. ‘우리에겐 왜 TSMC와 엔비디아가 없느냐’는 한탄과 자성은 당연하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던진 ‘K엔비디아’가 뭇매를 맞고 있다. 민간 70%·국민(국부펀드) 30% 기업을 만들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융단폭격을 날렸다. “기본소득보다 더 황당한 공상소설”(유승민)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는 것”(오세훈) “사악한 거짓말”(홍준표), 그리고 “무지와 무식의 소치”(안철수)까지.
□ 유력 대선주자가 내놓은 정책이라기엔 즉흥적인 게 사실이지만, 터무니없는 발상으로만 치부할 건 아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발족한 반도체특별위원회는 작년 말 1년가량 연구 끝에 내놓은 결과 발표회에서 TSMC를 모방한 국가 주도 파운드리 업체 ‘KSMC’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가 인프라나 정책금융 지원을 받아 공기업 형태 파운드리 업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던진 ‘K엔비디아’와 큰 방향에선 비슷하다. 이를 두고도 공상소설이니, 사회주의니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 실제 TSMC는 1987년 대만 정부가 지분 48.3%를 보유한 공기업으로 시작했다. 1993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는 국가개발기금을 통해 약 6% 지분을 유지하며 주요 전략적 결정에 참여한다. 일본의 라피더스 또한 2022년 정부가 700억 엔(약 6,680억 원)을 지원하고 소니, 도요타 등 8개 민간기업이 73억 엔(약 700억 원)을 출자해 세워졌다. 아직까지 정부 직접 지분은 없지만 현물 출자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현실 장벽은 높을 것이다. 그래도 치열한 AI 전쟁에서 살아남자면, 설익은 아이디어일지언정 틀어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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