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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 전북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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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관영(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북이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직후 전북도 관계자들과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언더도그(Underdog)를 말 그대로 풀이하면 '밑에 깔린 개'다.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약자를 뜻하는 표현이다. 선거에선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스포츠에선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팀이나 선수를 가리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 지난달 열린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에서 전북이 총투표 61표 중 49표를 얻어 11표에 그친 서울을 따돌렸다. 전북이 유치 경쟁에 나설 때만 해도 2년 전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파행 등이 소환되며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가 많았다.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서울에 비해 인지도 인프라 재정 등에서 모두 열세였다. 그러나 '지방도시 연대'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대구 광주 전남 충남 충북 등의 경기장을 활용한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으로 국가 균형발전의 모델이 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연대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어젠다 2020' 취지에 부합한 전략이 적중했다.
□ 사실 이번에 고배를 마신 서울은 앞서 1981년 9월 IOC 총회에서 실시된 1988년 올림픽 유치 도시 투표에선 경쟁했던 나고야에 비해 언더도그였다. 당시 일본은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유럽을 따라잡은 뒤 미국을 뒤쫓고 있었다. 반면 서울은 냉전기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서울은 오히려 올림픽 개최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한 서방국가들이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한 직후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 2036년 올림픽은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아시아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이 유치전에 나섰다. 국제무대에선 동·하계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은 더 이상 언더도그가 아니다. 전북이 국내에선 지방소멸 위기 극복 등으로 언더도그의 반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 차원의 정교한 전략 수립과 전폭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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