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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우 회담 좋은 결과 기대" 압박...우크라는 '협상카드'마저 내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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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충돌' 이후 약 2주 만에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 카드'로 생각하던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에 거의 빼앗긴 데 이어 핵심 광물마저 미국에 내주게 생긴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클럽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공유 재개를 '거의' 고려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회담 관련) 이번 주 많은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우크라이나)은 광물 거래에 서명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평화를 원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달 11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고위급 당국자와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언쟁 끝에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난 후 양국 간 첫 공식 만남이다. 그사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을 끊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이은 압박에 공개 사과 서한을 보내는 등 고개를 숙였다.
두 나라의 요구는 명확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그 대가로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안보 보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미국 CNBC 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광물 협정에 서명하더라도 군사 지원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양보'가 충분치 않다는 게 이유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양보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까지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수자 지역이 러시아 공습으로 초토화된 모습. 러시아는 이달 6, 7일 이 지역에 재차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수자=로이터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러시아가 지난주 쿠르스크 지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사실상 이 지역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한 여파로 피해가 더 컸다. 평화 협정 과정에서 쿠르스크 지역을 중요한 협상 자원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뼈아픈 상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군대는 이미 지쳐있다"며 "심지어 다른 전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자원까지 고갈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러시아를 감싸고 있다. 그는 7일 취재진에게 러시아 관련 질문을 받자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누구나 했을 일을 한 것"이라며 "나는 그를 믿으며, 우리는 러시아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도 명확히 못 박았다.
사실상 영토도, 광물도 내주기만 하는 것 외에 우크라이나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 회담이 우크라이나에 특히나 중요한 이유다. WSJ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군사적으로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곤경을 겪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과 교환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가 약자의 입장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워싱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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