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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침체 각오한 트럼프…"큰일엔 시간 걸려" 관세 강행 의지

입력
2025.03.10 15:20
수정
2025.03.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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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 되찾는 과정”… 진통 가능성 인정
4월 2일 ‘상호관세’… “더는 유예 없다”
상무장관은 “미국산 싸질 것” 자신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구상 탓에 자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결실을 맺으려면 과도기 진통을 거쳐야 한다'며 정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관세, 내려가진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recession)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측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행기가 있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큰일이다. 늘 그런 기간(이행기)이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대답했다. 불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웃나라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고관세’ 부과 선언이 불안감을 자극했고, 잇단 시행 유예가 강화한 불확실성이 동요를 부추겼다. 그 결과 뉴욕 증시 주요 지수 모두 트럼프 취임 당시인 1월 20일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염려를 근시안으로 매도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100년 (장기) 관점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분기별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이 좋아하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해야 하며 그것은 미래를 위한 엄청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첫 집권기 증시 호황을 업적으로 자랑해 온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되자 증시의 중요성을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그가 상정한 ‘디데이’는 다음 달 2일이다. 관세 장벽 높이를 교역 상대국과 맞춘다는 ‘상호 관세’ 계획이 공개되는 날이다. 트럼프는 “4월 2일부터 모든 것(관세)이 상호적으로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을 우리가 부과하게 된다. 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멕시코·캐나다 관세 부과 연기도 그날 이후에는 없으리라는 게 그의 약속이다. ‘관세 관련 명확성을 바라는 기업들에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 올라갈 수 있다.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수선한 경제팀 메시지

하워드 러트닉(왼쪽) 미국 상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7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가상화폐 서밋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왼쪽) 미국 상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7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가상화폐 서밋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어수선한 메시지는 트럼프 2기 경제팀 특성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미국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달리 “미국에는 경기 침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산 제품은 조금 더 비싸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산 제품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미국우선주의’ 경제 정책의 핵심 목표는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자국 국경 내 일자리와 기회 창출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과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베센트 장관은 6일 미국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싼 상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아메리칸드림의 요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발(發) 품목별 관세 부과는 예고된 대로 12일 철강과 알루미늄이 첫 대상이다. 러트닉 장관이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다.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 제품에 대한 관세는 상호 관세가 시작되는 다음 달 2일 부과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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