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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관리 부실' 드러낸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크로스체크 안전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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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비정상적으로 투하된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잡히고 있다. MBN 제공
지난 6일 발생한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 발표로 공군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났다. 조종사는 살상무기를 다루면서도, 좌표 재확인과 표적 육안 확인 등에 소홀했다. 조종사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부대 지휘관은 훈련 전 실사격 계획서 검토 등을 허술하게 했다. 사후 상황 판단 및 보고 과정에서도 전투기 폭탄이 맞는지 확인하느라 전반적인 상황 전파와 관리는 뒷전이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10일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공군이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에서 훈련에 임하는 조종사, 관리·감독을 맡은 지휘관과 훈련 통제관, 사후 조치 등 다방면에서 각자의 책임을 가볍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날 '잘못된 관행'이 드러난 지점은 지휘관이었다.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훈련 계획 및 실사격 계획서 등 검토에 미흡했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대대장(중령)에게 위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장은 위험이 큰 실제 무장 사격임에도 사전 훈련 당시 비행기록장치 확인을 통한 피드백, 표적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관리에 소홀했다.
특히 지휘관들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의 보고와 검토는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KF-16 전투기에 탑승한 두 임무 조종사의 실사격 경험은 각각 5회, 2회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에 젖어 본분을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지휘관이 임무 조종사에게 '표적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임무 중지' 등 관련 절차를 명확히 지시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지휘관의 임무 소홀 문제는 국방부에서 별도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종사의 과실도 다시 확인됐다. 조종사는 훈련 시간에 쫓겨 △좌표 재확인을 이행하지 못했고 △표적 육안 확인도 명확히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는 우선 사전에 임무 내용이 적힌 라인업 카드에 위도 7자리, 경도 8자리 등 15개 숫자로 이뤄진 좌표를 총 14개 입력해야 한다. 숫자만 210개다. 실무장 훈련의 특성상 민가 지역을 피하기 위해 짜인 이동 경로와 최종 폭격 지점 등이다. 공군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렀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입력했다. 하지만 폭격 좌표의 위도 중 05(공오)는 00(공공)으로 잘못 기입됐다. 잘못 불렀는지, 잘못 입력했는지는 진술이 엇갈린다.
하필 이날 장비 오류도 발생했다. 좌표를 모두 입력한 뒤 출력물이 나오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출력물을 짚어가며 좌표 입력이 정확한지 재확인한다. 하지만 해당 부대의 JMPS는 총 8대. 다른 장비로 다시 입력해 출력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종사들은 임무 전날 의무적으로 부여된 휴식시간에 얽매여 이 과정을 생략해버렸다.
육안 표적 확인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육안으로 표적을 확인하면 지상에 있는 최종공격통제관(JTAC)에 '표적 확인' 통보를 한다. 공군은 "1번기 조종사는 표적 진입지점에서 표적으로 이동하는 경로와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다르다고 느꼈으나 정해진 탄착시간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표적 확인'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15K가 공대지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뉴스1
사고 상황 판단과 보고 지연에 조사 과정에서도 미흡한 부분은 여럿 발견됐다. 공군은 조사 결과 "좌표 오입력으로 인한 전투기 오폭 상황을 인지하고도,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는 데 집중해 전반적인 상황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낙탄 예상지역 부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확인 요청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군은 이번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으로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하는 등 표적 좌표 중복 확인 절차 마련 △조종사의 신속한 보고체계 점검 △지휘관의 관리 책임 강화 등을 내놨다.
공군은 사고 직후 중단됐던 비행을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부대는 사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보류되며, 실사격 역시 재발 방지 대책이 적용된 이후 재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 지침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 인력을 투입해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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