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우(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공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0명 선발’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8일 열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 “내년엔 의대생을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의협은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 생명을 담보로 1년 넘게 실력 행사를 이어가는 의료계 오만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회장은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을 증원 이전의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는 7일 교육부 제안에 대해 의협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증원 0명’에 합의하고 정부가 수용하자, 한술 더 떠 ‘선발 0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025학년도에 늘어난 의대 정원이 1,497명인 것을 감안하면, 정원 1,561명을 줄이라는 요구인 셈이다.
협상 주도권을 쥐었다는 판단일까. 의사 단체들은 ‘8대 요구안’까지 관철할 태세다. 지역의료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및 미용 의료 자격 완화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다. 환자 선택권 침해 및 의료 질 저하를 명분으로 들지만, 결국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필수의료 관련 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 등의 의료수가를 최대 5배 인상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 완화 등의 전향적 내용까지 거부하고 있다.
의료계 오만은 정부가 키운 측면이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환자를 볼모로 거세게 반발하는 의료계를 의대 입학 정원 351명 축소로 달랬다. 20년 넘게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굳어진 배경이다. 2020년에도 공공의대 신설 등을 추진하려다 전공의가 파업에 나서자 백기를 들었다.
물론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의정갈등 해소는 중대 과제다. 의사 단체의 합리적 주장은 경청해야 한다. 하지만 본분을 망각한 의사 단체의 과격한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없다. 정부가 이번에도 협박과 횡포에 가까운 요구에 굴복한다면, 국민 생명은 언제든 볼모가 될 수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