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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최대 압박’에 애먼 이라크 날벼락… 여름 전력난 위기

입력
2025.03.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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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면제 철회로 에너지 수입길 막혀
트럼프 업적 욕심에 지역 파트너 유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을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을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에 애먼 이라크가 날벼락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면제 철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이란산 에너지 수입 길이 막히면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국무부가 이란산 에너지 수출입 제재와 관련해 이라크에 부여하던 면제 혜택을 더는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란은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자”라며 “이라크 정부가 가급적 빨리 이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을 없앨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지금껏 4개월마다 갱신돼 온 해당 면제 덕에 이라크는 이란으로부터 예외적으로 전기와 발전용 가스를 구매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전력 수요 상당 부분을 충족해 왔다.

이라크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라크 전력부는 이란산 전기·가스 수입이 막힐 경우 자국이 전기 에너지의 30%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올여름 수요를 맞출 정도의 전기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는 이라크 관리들의 우려를 전했다. 이라크 의회 재정위원장인 아트완 알아트와니도 에너지 자립이 이라크의 목표이기는 하지만 과업 완수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라크는 자국과 장기간 공조해 온 역내 파트너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 자국우선주의를 절감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에 함께 맞서 왔다. WSJ는 “이번 미국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학적 목표 추구 과정에서 어떻게 기존 외교 정책 관행을 팽개치고 동맹·우방국들을 버리는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면제 중단은 강력했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한다는 트럼프 행정부 최대 압박 정책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서한을 보내 핵 개발 문제를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요구 관철 시도일 뿐”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어 이날 이란 주유엔 대표부가 엑스(X)에 성명을 올려 “협상 목적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군사화 가능성 염려의 해결이라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란 핵프로그램을 해체해 ‘오바마가 달성하지 못한 것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려는 목적이라면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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