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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신용 등급 하락, 미리 알았다…어제오늘 다른 홈플러스

입력
2025.03.14 06: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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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 공시 사흘 전 인지
신영증권 전단채 발행 일자와 같아
강등 알고 발행했다면 형사 처벌
금감원, 신영증권·신평사 검사 착수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뉴스1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뉴스1


홈플러스와 그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절차 신청의 결정적 계기였던 신용등급 하락을 공시 사흘 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 밖"이라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다른 사실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걸 알고도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방어하기 위해 내놓는 MBK·홈플러스 설명이 진실 공방을 키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13일 데일리 브리핑을 통해 2월 25일 오후 4시 신용평가사 한 곳으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내려갈 수 있다는 예비 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납품업체 공급 일시 중단, 입점 업체 대금 지연 등 여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1일부터 입장문 성격의 데일리 브리핑을 배포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주목받는 이유는 사기죄 등 형사 처벌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2월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전단채 신용 등급을 A3에서 투기 등급 바로 위 단계인 A3-로 낮춘다고 알렸다.

그러자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납부할 이용 대금 채권을 기초로 2월 25일 82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단채(ABSTB)를 발행한 걸 문제 삼았다.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도 ABSTB를 발행해 투자자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등급 하락 전 발행 승인 완료"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비대위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비대위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홈플러스는 신용 등급 하락 하루 전인 2월 27일 오후 5시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반박해왔다. 또 신용 등급이 내려갈 걸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미리 알고도 ABSTB 발행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날 2월 25일 오후 예비평정 결과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를 인정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공시 사흘 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로 기존 입장과는 정반대다. 다만 홈플러스는 ABSTB 발행을 위해 카드사와 실시한 약정 및 승인은 24일 모두 마쳤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ABSTB 발행에 필요한 절차는 예비평정 결과 통보 이전에 모두 끝나 신용등급 하락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선 홈플러스 입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은 시점에 대해 어제오늘 다른 설명이 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예비평정 결과를 받기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알았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정이 안 좋은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ABSTB를 발행한 것 자체가 투자자를 속인 행위"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ABSTB 발행 과정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에 대한 검사를 개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단채 판매 문제 등 판단을 위해 감독기관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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