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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받이’ 북한군 참상, 이게 김정은식 애민인가

입력
2024.12.20 00:10
27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눈밭의 나무에 기대 앉아 자신을 촬영하는 드론을 바라보고 있다. 영상이 촬영된 지역이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95th Separate Airborne Assault Brigade Polissia 영상캡처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눈밭의 나무에 기대 앉아 자신을 촬영하는 드론을 바라보고 있다. 영상이 촬영된 지역이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95th Separate Airborne Assault Brigade Polissia 영상캡처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전장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한겨울 눈 내린 허허벌판에서 엄폐물도 없이 뛰어다니다가 우크라이나의 살상용 드론과 미사일, 포탄 공격 등에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사망자가 100여 명, 부상자는 1,000여 명에 달한다고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인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도 북한군 수백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확인했다.

북한군 사상자 속출은 지난 6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맺은 뒤 러시아 파병이 이뤄질 때부터 예견됐던 비극이다. 더구나 북한군이 집중 배치된 서부 쿠르스크 지역은 이곳을 기습 점령한 우크라이나와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러시아가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최전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다음 달 취임하면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이 본격화할 수도 있어 그 전에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은 더 참혹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북한군은 가장 위험한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다. 쿠르스크는 넓은 평야지대로, 개활지란 낯선 환경에서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책도 없이 나섰다가 ‘쉬운 목표물’로 전락,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총알받이’에 이어 ‘드론받이’가 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김 위원장이 인민을 불같이 사랑하고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며 애민의 화신인 것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드론 카메라에 잡힌 북한군의 당황하는 얼굴과 눈밭에 즐비한 시신은 이러한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이미 러시아에 있는 8,000~1만2,000명도 모자라 곧 추가 파병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북한은 북러 군사 협력이 주권 국가로서의 합법적 권리라고 강변한다. 과연 어린 장병들을 엄동설한에 이역만리에서 명분 없는 전쟁 중 영문도 모른 채 숨지게 만드는 게 북한 정권이나 김정은이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 전사한 북한군 병사 수십 명의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캡처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 전사한 북한군 병사 수십 명의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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