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9일 장중 1,45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장중 1,488원을 기록한 2009년 3월 16일 이래 15년 9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 대비 17.5원 급등한 1,453.0원에서 출발해 오전 중 1,455.7원까지 치솟았다. 안 그래도 경제전망 악화 등으로 들썩였던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로 1,44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1,430원대에서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현지시간) 미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도 추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자 재차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연준의 지난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 때만 해도 미국 금리는 내년에도 4차례 정도 인하될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 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전망예측(SEP)을 통해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높은 3.9%로 예상했다. 그만큼 금리인하 폭과 횟수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얘기여서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것이다.
미 연준의 매파적 입장에 따른 금리인하 전망 약화는 환율 상승 외에,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도 적잖은 딜레마를 던지게 됐다. 기존 예상대로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인하를 이어간다면 한은도 동반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부채 부담 완화는 물론, 경기 진작을 꾀하기가 용이했다. 하지만 연준의 입장이 바뀌면서 한은도 그만큼 금리를 낮추기 어렵게 되고, 그 경우 경기 진작효과를 내기도 어려워진다.
정상을 벗어난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일으켜 안 그래도 약세인 국내 증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안정책이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한은도 금리인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가 어려워진 만큼 재정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추경 조기 편성 등 전환적 방안을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통화와 재정정책의 창의적 조합이 절실하지만 계엄 여파에 따른 정국 혼란으로 경제 컨트롤타워까지 고장 난 상황이다. 여야정 경제협의체 가동 등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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