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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필요한 '달가스' 정신

입력
2025.01.16 17: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덴마크 왕실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왕실 문장(오른쪽). 새 문장에는 그린란드의 상징인 직립 북극곰과 페로제도 상징인 숫양이 별도로 강조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뉴시스

덴마크 왕실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왕실 문장(오른쪽). 새 문장에는 그린란드의 상징인 직립 북극곰과 페로제도 상징인 숫양이 별도로 강조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뉴시스

안데르센 동화로 유명한 덴마크. 독일 북쪽 유틀란트반도와 인근 섬으로 구성된 이 나라가 도널드 트럼프 재등장 이후, 약소국 설움을 맛보고 있다. 300년 전 개척한 뒤 자치령으로 둔 그린란드에 대해 트럼프가 영토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토 주권을 위협받는데도, 정면 대응은커녕 국제사회 동정 여론을 바탕으로 위기 모면에 주력하고 있다.

□ 그러나 덴마크도 14세기말 북유럽 맹주였다. ‘칼마르동맹’이라는 국가연합을 구성,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 나라가 모두 ‘십자 국기’(Nordic cross flag)를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5세기 이후 점차 약화했지만, 19세기 초반까지도 현재 독일 땅인 슐레스비히 등까지 덴마크 세력이 미쳤다. 1864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 슐레스비히와 홀스타인 지역을 내준 뒤 정치·군사적으로 대외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

□ 대한민국의 50, 60대가 국민학교 시절 배운 엔리코 달가스는 이 시기 덴마크 영웅이다. 슐레스비히를 빼앗긴 덴마크 사람들이 실의에 빠졌을 때 공병 장교 출신 달가스가 유틀란트의 남겨진 황무지를 옥토로 변화시키는 일에 도전했다. 30년 동안 달가스와 그의 아들은 황무지 7,380㎢ 가운데 4,260㎢를 개간했다. 해변가 습지에 배수시설을 구축하고 식목과 개간으로 황무지를 기름진 땅으로 바꿨다. 그를 본받아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구호가 당시 덴마크에서 확산됐다.

□ 2025년 ‘밖에서 잃은 걸 안에서 찾아야’ 할 곳은 한국이다. 악화한 대외여건 속에서 거시경제 활력을 유지하려면 내수 회복이 절실하다. 정부가 설날 연휴에 임시공휴일을 보탠 것도 불법계엄 이후 위축된 내수를 살리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밖에서 더 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늘어난 연휴에 해외 항공권 예약이 전년 연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동남아는 4배, 일본은 1.5배, 그 외도 평균 1~1.5배 증가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공동체 연대와 포용을 강조했던 시민들이, 연대의 의미를 여행소비에도 확장시키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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