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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선전선동

입력
2025.0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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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건 3차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탄핵 반대 및 부정선거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건 3차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탄핵 반대 및 부정선거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만큼 선전선동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인물도 없을 터이다. 부르주아는 일은 않고 착취만 하는 자본가로 악마화하는 등 계급투쟁의 적을 명확히 하는 건 핵심 전략이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하는 슬로건의 힘이 파괴적이라는 사실도 간파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볼셰비키의 “평화, 빵, 토지” 구호는 전쟁에 지친 노동자·농민을 자극해 10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 그 대척점에 있는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주옥같은 선전선동 명언을 남겼다. 반유대주의 광풍이 독일인의 의식을 사로잡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 ‘한 문장이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대표작으로 떠돌지만 요체로 꼽을 만한 건 따로 있다. ‘100% 거짓말보다 99% 거짓말과 1%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낸다’는 말은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더 통용될 만한 촌철살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어 뜬금없다 싶었는데 보수층 지지자 의식을 파고드는 게 예사롭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법원 판결이나 선관위 반박에도 부정선거를 믿는 이들이 40% 안팎이다. 우파 유튜브 채널들의 그럴듯한 음모론과, 사실과 거짓의 증명이 어려운 중국개입설에 경도돼 있는 듯하다. 진실의 회색지대가 형성되다 보니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야 할 검사마저 대통령의 정보 우위론과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검찰 게시판에 올렸다.

□ 사생결단 정치에 익숙한 정치세력은 그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선전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암적 존재다.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 발전과 고도의 세련미로 진실을 가리기 더 어려워진 지금이기도 하다. 그러니 귀 밝은 국민이면 '완전한 거짓말보다 절반의 진실을 말하는 게 더 악질적'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 2차 표결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판을 깔아준 김어준의 ‘한동훈 암살조’는 내란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지금 어디에 잠복해 있는지 궁금하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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