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고약한 선전선동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만큼 선전선동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인물도 없을 터이다. 부르주아는 일은 않고 착취만 하는 자본가로 악마화하는 등 계급투쟁의 적을 명확히 하는 건 핵심 전략이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하는 슬로건의 힘이 파괴적이라는 사실도 간파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볼셰비키의 “평화, 빵, 토지” 구호는 전쟁에 지친 노동자·농민을 자극해 10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 그 대척점에 있는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주옥같은 선전선동 명언을 남겼다. 반유대주의 광풍이 독일인의 의식을 사로잡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 ‘한 문장이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대표작으로 떠돌지만 요체로 꼽을 만한 건 따로 있다. ‘100% 거짓말보다 99% 거짓말과 1%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낸다’는 말은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더 통용될 만한 촌철살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어 뜬금없다 싶었는데 보수층 지지자 의식을 파고드는 게 예사롭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법원 판결이나 선관위 반박에도 부정선거를 믿는 이들이 40% 안팎이다. 우파 유튜브 채널들의 그럴듯한 음모론과, 사실과 거짓의 증명이 어려운 중국개입설에 경도돼 있는 듯하다. 진실의 회색지대가 형성되다 보니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야 할 검사마저 대통령의 정보 우위론과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검찰 게시판에 올렸다.
□ 사생결단 정치에 익숙한 정치세력은 그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선전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암적 존재다.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 발전과 고도의 세련미로 진실을 가리기 더 어려워진 지금이기도 하다. 그러니 귀 밝은 국민이면 '완전한 거짓말보다 절반의 진실을 말하는 게 더 악질적'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 2차 표결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판을 깔아준 김어준의 ‘한동훈 암살조’는 내란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지금 어디에 잠복해 있는지 궁금하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