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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필요한 '달가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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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안데르센 동화로 유명한 덴마크. 독일 북쪽 유틀란트반도와 인근 섬으로 구성된 이 나라가 도널드 트럼프 재등장 이후, 약소국 설움을 맛보고 있다. 300년 전 개척한 뒤 자치령으로 둔 그린란드에 대해 트럼프가 영토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토 주권을 위협받는데도, 정면 대응은커녕 국제사회 동정 여론을 바탕으로 위기 모면에 주력하고 있다.
□ 그러나 덴마크도 14세기말 북유럽 맹주였다. ‘칼마르동맹’이라는 국가연합을 구성,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 나라가 모두 ‘십자 국기’(Nordic cross flag)를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5세기 이후 점차 약화했지만, 19세기 초반까지도 현재 독일 땅인 슐레스비히 등까지 덴마크 세력이 미쳤다. 1864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 슐레스비히와 홀스타인 지역을 내준 뒤 정치·군사적으로 대외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
□ 대한민국의 50, 60대가 국민학교 시절 배운 엔리코 달가스는 이 시기 덴마크 영웅이다. 슐레스비히를 빼앗긴 덴마크 사람들이 실의에 빠졌을 때 공병 장교 출신 달가스가 유틀란트의 남겨진 황무지를 옥토로 변화시키는 일에 도전했다. 30년 동안 달가스와 그의 아들은 황무지 7,380㎢ 가운데 4,260㎢를 개간했다. 해변가 습지에 배수시설을 구축하고 식목과 개간으로 황무지를 기름진 땅으로 바꿨다. 그를 본받아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구호가 당시 덴마크에서 확산됐다.
□ 2025년 ‘밖에서 잃은 걸 안에서 찾아야’ 할 곳은 한국이다. 악화한 대외여건 속에서 거시경제 활력을 유지하려면 내수 회복이 절실하다. 정부가 설날 연휴에 임시공휴일을 보탠 것도 불법계엄 이후 위축된 내수를 살리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밖에서 더 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늘어난 연휴에 해외 항공권 예약이 전년 연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동남아는 4배, 일본은 1.5배, 그 외도 평균 1~1.5배 증가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공동체 연대와 포용을 강조했던 시민들이, 연대의 의미를 여행소비에도 확장시키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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