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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피해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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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어리석은 결단’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그가 체포된 후 공개된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다. 그러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쉬운 길을 찾지 않는’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공직생활 중 검사 때 한 번, 검찰총장 때 두 번 직무정지를 받았고, 이번이 네 번째 직무정지라고도 했다. 직무정지를 받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해도 풀리고 응원과 격려도 받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정말 놀라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 윤 대통령은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을 ‘우직한 충정’쯤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하소연은 그가 비상계엄을 별로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무엇이 어리석은 건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만 드러낸다. 요컨대 법전과 공권력이라는 방패와 갑옷으로 무장한 채 멋대로 활개 쳐도 웬만하면 기개가 좋네, 통이 크네 하며 좋은 소리만 듣던 검사 시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숙아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 국민은 지금 윤 대통령의 ‘충정’을 욕하는 게 아니다. 그 지독한 ‘어리석음’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켰다고 해도, 또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런 문제를 풀겠다며 불법 계엄이라는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 또 그에 따른 국가•사회적 피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는 점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해와 용서에 대한 망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리라.
▦ 계엄 직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70년 성취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도 그런 피해를 못 느끼는 듯하다. 국격 실추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주가나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이 막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엊그제 계엄 사태로 환율이 30원 치솟았고, 4분기 성장은 0.2% 더 줄었다고 평가했다. 분기 GDP 0.2%만 쳐도 약 1조2,000억 원, 근로자 약 14만 명의 석 달 치 월급을 단숨에 날린 셈이다. 그런 피해를 못 느끼는 불감증과 어리석음, 몰염치에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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