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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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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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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미국 대선 유세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올라 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버틀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미국 대선 유세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올라 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버틀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극우로 평가받지만, 원래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에 2억7,7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기부하며 ‘킹메이커’가 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는 등 최고 실세가 됐다. 불법이민 반대, 총기 소유 찬성 의사를 밝히고 유럽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등 ‘극단주의의 선봉장’이 됐다.

□머스크를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퀴니피악대 여론조사 결과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부정적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극우 성향 발언에 대한 반감이 컸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동시에 기대를 건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머스크가 진보 의제인 기후위기 대응 등에 적극 찬성해 왔고, 테슬라·스페이스X를 경영하면서 보여준 혁신과 변화를 미국 사회 전반에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기대다.

□머스크를 향한 미국 국민의 양가 감정은, 국가 지도자에게 바라는 최고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민주주의’와 ‘경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강점은 경제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AI시대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고소득”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머스크의 비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타난 여론의 이상 현상도 결국 지도자가 될 이들이 가진 국가적 비전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데도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줄고 있다. ‘이재명은 안 된다’며 정치적 혐오·적대감에 기댄 '공포 마케팅'을 펴는 보수에서 답을 구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다시 세울 비전을 내놓고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한다.

이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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